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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관진 석방 판사에 대한 사이버 테러 도 넘었다

군 사이버사령부의 인터넷 댓글 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됐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석방한 판사에 대한 신상털기와 인신공격이 도를 넘고 있다. 인터넷에선 해당 판사를 ‘적폐’로 규정하고 “대XX를 부숴버리고 싶다”거나 “인간이 아닌 돈에 취해버린 짐승들”이라는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비방의 글들이 난무하고 있다.

구속적부심은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 등 인신을 구속할 만한 사유가 있는지를 따지는 법적 절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1부는 “김 전 장관의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며 구속적부심 청구를 받아들여 풀어줬다.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것도 석방 이유라고 밝혔다. 무죄를 선고한 것도 아니고 증거를 없애거나 도주할 걱정이 없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하겠다는 것인데 왈가왈부하는 것은 지나치다.

국회의원까지 인터넷 마녀사냥에 가세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트위터에 판사 신상을 공개하며 “우병우와 TK 동향 같은 대학 연수원 동기 같은 성향”이라는 글을 올렸다. 법조인 출신이면서 다른 사람 인권을 이렇게 짓밟아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구체적 근거나 정황도 없이 우병우와 같은 성향이라고 엮는 것은 인격 모독이다. 시정잡배도 아니고 인천시장까지 지낸 4선 의원이 앞장서서 법치를 흔들고 있으니 수준이 의심스럽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나 적폐 사건 수사에서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들의 신상을 털거나 겁박하는 글들이 자주 등장하곤 했다. 사이버 공간이라는 익명성 뒤에 숨어 타인을 공격하는 것은 명백한 폭력이고 테러다.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판사들을 조리돌리거나 협박한다면 법치가 남아날 수 있겠는가.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 그게 법치국가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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