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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혼선 걱정스럽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발표문에 포함된 ‘인도·태평양’ 전략을 놓고 문재인정부가 갈지자 행보를 걷고 있다. 발표문 1항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안정과 번영의 핵심축임을 강조했다”는 문구가 있다.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먼저 “편입될 필요가 없다”고 했다가 논란이 일자, 고위 관계자가 나서 “동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후 외교부 대변인이 우리 외교정책과 일맥상통한다고 하자, 청와대는 미국과 좀 더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을 바꿨다. 하나의 사안을 놓고 청와대와 외교부가 수 차례 엇갈린 해명에 나서면서 혼란을 더욱 키웠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찍부터 공개한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최근 정상회담에서 합의했다.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하는 게 주목적이다. 중국은 ‘아시아판 나토(NATO)’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본의 군사대국화와도 맞물려 있다. 우리 입장에선 미국의 요구를 섣불리 물리치기도, 국민 정서를 고려할 때 선뜻 동의하기도 어렵다. 논란이 뻔히 예상됨에도 정상회담 발표문에 포함시킨 것이다.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이전부터 설명했는데도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처음 들었다는 청와대의 해명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이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포함시켰다면 직무유기다. 이 같은 외교안보라인의 혼선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청와대가 혼선까지 자초하며 적극 해명에 나선 것은 11일 한·중 정상회담을 의식해서일 것이다. 중국은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이 문제를 거론할 게 자명하다. 또 ‘3불(不) 원칙’에 대한 문 대통령 입장 표명을 요구할 것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당분간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해 나갈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일정이 끝나면 능력과 방향성에서 문제점이 노출된 외교안보라인의 재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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