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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년 만에 다시 태극기와 촛불로 갈라진 나라

지난주말 서울 도심에 태극기와 촛불이 다시 등장했다. 29일 촛불집회 1주년을 앞두고 서울 광화문광장에선 세월호 사고 유가족을 비롯한 시민단체 모임 4·16연대가 세월호 2기 특별조사위원회 구성과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입법을 촉구하며 촛불을 들었다. 앞서 전전(前前) 대통령 구속 기자회견과 촛불집회도 열렸다. 친박 단체들은 대학로 마로니에공원과 청계광장 등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며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집회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다. 그럼에도 1년 전 국론 분열 양상이 되풀이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촛불집회는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에 성난 민심의 준엄한 심판이었다. 나라를 바꿔보자는 국민들의 열망이 모여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냈다. 대선을 통해 정권교체도 이뤘다. 국민들은 일상으로 돌아가 정부가 하는 일을 지켜보면 된다. 정권 출범 5개월여가 겨우 지났는데 집회까지 열며 전전 대통령을 구속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지나치다. 친박 단체들의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박 전 대통령이 부당하게 탄핵 당한 것도 모자라 살인적 정치보복과 정신적 인신 감금을 당하고 있다”고 했는데 동의할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는가.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 태극기 집회에 기름을 부은 것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주 “재판부에 믿음이 없다”며 재판 출석을 거부했다. 태극기 집회에는 단식투쟁 중인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과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대통령 측 법률 대리인을 맡았던 서석구 변호사도 참석했다. 억울한 점이 있다면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면 된다. 장외에서 민심을 선동하는 것은 비겁한 행위다.

적폐청산으로 편가르는 듯한 현 정부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분열과 갈등을 넘어 지지하지 않았던 이들까지 섬기며 통합과 공존의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다짐했었다. 과거 정권에 대한 적폐청산은 국민들의 피로도를 높일 수 있다. 잘못은 단죄해야 마땅하지만 정치보복으로 비치면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 더 큰 문제는 적폐청산에 매달려 있는 동안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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