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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보기관의 공작정치는 반역행위다

검찰이 지난정권 때 국내 공작정치 의혹이 있는 국가정보원 추명호 전 국익정보국장, 신승균 전 국익정보실장 등 3명에 대해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금지, 직권남용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혐의 내용에는 민간인 및 공무원 사찰, 야권 정치인에 대한 비판, 블랙리스트 인사들에 대한 세무조사나 압력 행사, 댓글부대 운영 등이 포함돼 있다. 국정원 개혁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추 전 국장은 최순실·미르 관련 첩보가 170건이나 됐는데도 상부에 보고는커녕 그냥 뭉개버렸다. 그 첩보를 세밀히 관찰하고 보완해 완벽한 정보로 생산해냈더라면 국정농단이 처참한 지경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에 대한 경고는 이미 지난해부터 몇 차례 제기됐었다.

국정원 일부의 상상치 못한 일탈행위는 거의 고질병이어서 이젠 낯설지조차 않다. 정보기관의 공작은 나라의 근간을 뒤흔드는 범죄행위이자 국가 권력의 사용(私用)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보기관에서 일어나는 흑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뿌리까지 진상을 밝히고, 확실하게 단죄해야 하며,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그리고 제도적 보완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 정권에서도 이런 짓이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정권 초기에 정보기관을 제자리에 되돌려놓겠다고 다짐하지 않았던 정권은 없다. 그런데 사적 권력욕과 권력 연장을 위한 그릇된 충성심 등이 얽혀 엉뚱한 짓을 하는 것이다.

추 전 국장이 국정원장들을 무시하고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직보하며 누군가를 비호하거나 상황을 왜곡시킨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최순실과 연관된 의혹도 제기된 지 오래다. 이른바 ‘박원순 제압 문건’ 작성팀장으로 밝혀져 징계 의미로 청와대 민정실에서 국정원으로 원대복귀한 그가 국정원에서 국내정보 수집부서 책임자로 승승장구했다는 사실은 누군가 뒷배를 봐주지 않았다면 상식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검찰은 추 전 국장 등의 혐의에 대해 신속히 그리고 철저히 밝혀야 한다.

조만간 있을 국정원의 사과는 사과로서만 끝나서는 안 된다. 국가가 아닌 정권에 충성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내놔야 한다. 대통령도 국정원을 권력과 정파를 위한 도구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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