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설

[사설] 박 전 대통령과 변호인, 법정에서 결백 입증해야

박근혜 전 대통령이 16일 “법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혔으면 한다”며 자신의 구속기간을 연장한 법원의 공정성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호인 7명은 모두 사임 의사를 밝히고 퇴정했다. 유영하 변호사는 광장의 광기와 패권적인 정치권력의 압력 때문에 어떤 변론도 무의미하다고 했다. 재판이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초강수를 둔 것이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 재판은 한동안 중단될 수밖에 없다. 변호인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없는 필요적 변호사건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재판이 시작된 이후 단 한 번도 신상발언을 하지 않았던 박 전 대통령이 비장한 심경을 토로하기까지는 마음속에 많은 고통이 있었을 것이다. 법원이 2차 구속영장 발부 사유로 적시한 증거인멸 우려를 도저히 납득하지 못했을 수 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세월호 보고시간 조작 발표가 법원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정부가 적폐청산의 첫 번째 과제로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국정농단 사건 공소유지를 제시한 만큼 권력의 외압을 의심하고 분노했을 수 있다.

그러나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한다고 믿을 수 없다”고 말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한다. 막연하게 억울한 심경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우리 사법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는 유 변호사의 발언도 마찬가지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되기 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출석하지 않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 증인 출석을 거부했다. 변호인들은 무더기 증인신청 등으로 재판 진행을 방해한다는 의심을 받았다. 법원의 구속기간 연장 결정이 외압 때문이라고 일방적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재판은 국민 앞에 실체적 진실을 명백히 드러내는 중요한 과정이다. 변호인들은 다시 법정으로 돌아와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증거를 토대로 주장을 펼치고 결백을 입증해야 한다. 만일 변호인 전원 사퇴가 박 전 대통령의 힘든 상황을 부각시켜 지지자를 결집하기 위한 것이거나 재판 불복을 겨냥한 정치적 포석이라면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한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법원이 공정한 재판 진행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