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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 전 대통령 구속연장 여부 차분히 지켜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 만료일을 앞두고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편 가르기와 좌우 이념 대립이 재연되고 있다. 구속기간 연장에 반대하는 지지자들은 추석 연휴 기간 중에도 도심 곳곳에서 탄핵 무효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였다. 일부에서는 거친 말싸움에 이은 몸싸움마저 벌어졌다.

인터넷에서는 지난해 탄핵정국의 출발점이었던 태블릿PC 진위를 놓고 험한 말을 앞세운 비방전이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특혜를 받는다는 ‘황제 수감’ 주장도 가세해 논란을 격화시켰다. 누구든 찬반 입장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상대방의 말을 무시한 채 같은 주장만 반복하는 것은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끼치려는 소모적인 싸움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진영논리를 격화시켜 우리 사회를 분열로 몰아가는 모든 시도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

지난 3월 31일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은 오는 16일 자정이면 1심 구속기간이 끝난다. 지금까지 공판이 78회나 진행됐지만 아직 30명 가까운 증인이 남아 있다. 선고까지 공판이 10회 이상 남았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검찰은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 26일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10일 구속기간 연장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의 의견을 듣는 청문기일을 진행한다. 검찰의 청구가 기각되면 박 전 대통령은 불구속 상태에서 나머지 재판을 받는다. 이 모든 것이 형사소송법에 따른 당연한 절차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 석방이라는 말에 과도하게 정치적 의미가 부여되면서 불필요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지 여부를 떠나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은 우리 현대사의 아픈 상처다. 지난해 10월 첫 촛불집회 이후 우리는 끊임없이 밀려오는 안팎의 시련을 하나씩 극복해가고 있다.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도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 구속기간 연장 여부를 놓고 진영논리에 갇힌 이념다툼을 벌이지 말고 재판부의 판단을 차분하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 검찰과 변호인은 자신들의 주장과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재판부에 모두 제시했다. 재판부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겸허하게 수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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