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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포의 균형’ 없이는 김정은의 광기 막을 수 없다

“핵탄두 실린 ICBM 실천배치되면 동북아 안보지형 대변화… 전술핵 재배치 등 핵우산 강화 검토해야”

북한이 지난 28일 심야에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화성 14형’은 동북아 안보지형을 송두리째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발사 다음날 “동북아 안보구도에 근본적 변화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듯이 한반도의 군사력 불균형을 회복하기 힘든 수준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화성 14형 발사 전과 후의 대북한 접근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방부는 31일 사드 발사대 4기 조기 배치와 관련해 미국과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모든 옵션(선택)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가운데 미국은 강력한 대북제재에 착수했다. 그러나 한·미와 국제사회의 대응에도 북한은 제갈 길을 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핵미사일은) 그 무엇으로도 되돌려 세울 수 없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전략자산”이라며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또 6차 핵실험을 비롯해 전력 고도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러시아가 마지못해 참여하는 유엔 제재로 김정은의 도발 의지를 꺾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머지않아 핵탄두가 탑재된 ICBM이 실전 배치되면 남북한 전력은 치명적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 ‘공포의 균형’이 맞춰지지 않는다면 김정은은 남한을 대화가 아닌 오로지 도발의 대상으로만 삼는 반면 자국민의 공포심을 자극해 미국 정부와 담판을 지으려 들 것이다. 벌써부터 미 조야에서 한반도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이는 자칫 한·미동맹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

남북의 전력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미 전략자산의 일회성 전개는 실효성이 없음이 이미 입증됐다. 북한이 화성 14형을 발사하자 미국은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전략폭격기 B-1B를 한반도 상공에 급파했지만 한번 왔다간 것으로 김정은이 주눅이나 들었을까 싶다. 그간 도발하면 전략자산이 전개되는 수순이 되풀이됐지만 북한이 위협으로 받아들였다면 지금같이 막무가내로 행동하진 않았을 것이다.

결국 김정은에게 도발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을 주어야만 핵과 미사일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정치권 등에서 미국의 전술핵 배치 요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한·미가 신설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위상과 역할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협의체를 정례화해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공이 보다 강력하고 상시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김정은의 광기를 멈추려면 한·미동맹은 더욱 굳건해지고 우리의 군사적 대응 능력은 북한을 압도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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