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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을과 을’의 다툼으로는 최저임금 논란 해결 안 돼

내년부터 적용될 시간당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전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법정시한을 넘긴 데 이어 심의 연장기한이 1주일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노사의 대립은 팽팽하다. 1만원으로 올리자는 노동계에 대해 사용자 측은 올해보다 2.4% 인상된 6625원을 고수했다. 지금까지 8차례 모임을 가졌지만 평행선을 달렸다. 협상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서로 현실적 대안을 내놓고 절충해야 한다. 그러나 기 싸움만 하고 있어 무척 안타깝다.

우선 노동계는 1만원 주장을 철회해야 한다. 올해보다 무려 54.6% 급등한 이 금액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것은 스스로 더 잘 알 것이다. 사용자 측은 2.4% 인상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소폭 인상으로는 표준 생계비에 턱없이 못 미친다는 노동계의 호소에 어느 정도 화답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해법 모색이 지지부진한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이 논의가 ‘을과 을’의 다툼으로 변질됨에도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지금처럼 알바생과 편의점주, 종업원과 식당주인, 근로자와 중소기업 대표의 관계처럼 한쪽의 이익이 다른 측의 손해로 그대로 이어지는 ‘제로섬 게임’이 돼서는 결코 타협안이 나오지 않는다. 노동계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되 소상공인·중소기업의 애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방지, 하도급 업체에 대한 대기업의 정당한 수익 보장,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영세 임차인 권리 강화 등 방법은 많다. 실천 가능한 것부터 하나하나씩 도입하면 된다.

최근의 최저임금 논쟁은 시장의 자율 기능에 맡겨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일종의 ‘시장 실패’ 사례라 할 수있다. 결국 정부가 어느정도 중재자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최저임금이 우리 사회의 갈등을 증폭하는 악재가 되지 않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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