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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뉴베를린 선언 기조 유지하되 현실감 있는 전략 써야

“북한 호응 없으면 공허한 선언으로 그칠 수 있어… 제재·압박 기조 속 대화의 창 닫지 않는 정책 필요”

독일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쾨르버 재단 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 구상을 밝히는 ‘뉴베를린 선언’을 발표했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과 대북 제의를 내놓은 것으로 첫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진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 노무현 대통령의 10·4선언과 흐름을 같이한다. 뉴베를린 선언은 평화 추구, 체제 보장 비핵화, 항구적 평화 체제, 경제 협력, 정치·군사와 분리한 교류협력 등 5대 원칙이 핵심이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단계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으로 이산가족 상봉, 평창 동계올림픽 참여, 군사분계선 적대행위 중단, 남북 대화 재개 등을 북한에 제의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 긴장과 대치국면을 전환시킬 계기가 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도 밝혔다.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계속한다면 더욱 강한 제재와 압박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경고했지만, 전반적으로 대화와 평화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 독일을 연이어 방문하면서 북한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한 응징을 하겠다는 의지를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밝혔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해서는 주저 없이 한·미의 무력시위로 맞대응했다. 문 대통령은 제재·압박과 대화의 문을 열어놓는 투트랙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비이성적인 북한 정권에 대응하는 적절한 방안이라고 평가한다.

문제는 뉴베를린 선언이 북한 호응이 없는 한 공허한 선언으로 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북한은 핵과 ICBM을 무기로 미국과 직접 거래하겠다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을 노골적으로 쓰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평화와 대화에만 무게를 두게 된다면 새 정부의 대북 인식이 감상적이고 현실감이 모자란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추구하는 뉴베를린 선언의 방향성은 옳다. 방향성이 옳다고 대응 방식과 과정이 무조건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앞에는 종잡을 수 없는 상대방과 강대국들의 각자 다른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새 정부가 대북 문제에 관한 한 어떤 현안보다 냉철한 인식과 시각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낭만적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 그런 차원에서 전제를 달긴 했지만 날로 핵·미사일 도발을 격화시키는 북한에 정상회담 제안은 뜬금없고 비현실적이다. 북한과 국제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

새 정부는 뉴베를린 선언의 방향성은 유지하되 현실감 있는 대북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선언 문구와 내용에 매달려 오히려 남북관계나 관련국과의 관계를 곤란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 북한 도발에 대한 압박과 제재 아래 긴 호흡으로 대화의 창을 닫지 않는 기조를 확고히 유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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