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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 FTA, 트럼프 전술에 끌려가지 말아야

“협정 발효 이후 성과 정밀 분석·평가하고 미국 측 재협상 요구에 대응할 통상 사령탑부터 세워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전후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서로 다른 말을 하는 것은 유감스럽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지금 한·미 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며 한·미 FTA 재협상을 기정사실화했다. 이어진 공동언론발표에서는 “한국과의 무역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겠다”며 미국산 자동차와 철강산업의 수출 확대, 한국산 철강 수입 제한 요구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한·미 FTA를 ‘끔찍한 협상’이라고 표현하며 폐기 또는 재협상 방침을 밝혀 왔다.

청와대는 정상회담 직후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해 양측 간 합의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문 대통령도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협상 외의 이야기”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 합의하지 못한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미 FTA 재협상은 우리 정부로선 피하고 싶은 ‘뜨거운 감자’다. 재협상 논의가 시작된다면 국내 혼란이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 데다 최악의 경우 미국의 일방적 의사만으로 한·미 FTA를 폐기할 수 있어 재협상을 무조건 거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며 선수를 친 것도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기 위한 전술로 보인다.

우리는 한·미 FTA가 발효된 후 지난 5년간 양국의 무역 균형을 맞추는 데 일조해 왔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체결 후 미국 무역적자가 110억 달러 이상 늘었다고 주장하며 불공정 무역 사례로 자동차와 철강을 들었다. 수치만 놓고 본다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입액보다 9배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 5년간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12.4% 증가한 반면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입액은 37.1% 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비관세 장벽도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지만 오해하거나 과장된 측면이 적지 않다. 미국 측의 수입산 철강 규제도 계속 늘고 있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미 FTA 시행 이후 효과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평가할 필요가 있다. 국회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미국 조야에 한·미 FTA의 성과를 정확하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가장 시급한 일은 통상 분야의 사령탑을 세우는 일이다. 통상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손 놓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한·미 FTA 재협상이 불가피하다면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고 최대한 우리의 이익을 관철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번 정상회담을 위해 40조원의 투자·구매 보따리를 싸들고 갔다. 돈 보따리를 풀고도 경제적 실익을 챙기지 못한다면 이보다 나쁜 거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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