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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에 날개 꺾인 체조 요정 손연재

한국 리듬체조 새역사… 은퇴 선언 손연재 ‘선수 생활 17년’

입력 : 2017-02-19 21:45/수정 : 2017-02-19 21:46
‘악플’에 날개 꺾인 체조 요정 손연재 기사의 사진
손연재가 지난해 8월 2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레나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승에서 볼 연기를 하고 있다. 손연재는 리우올림픽 개인종합 4위에 올라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고 성적을 냈으며, 지난 18일 현역 은퇴를 결정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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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현역 은퇴를 공식 선언한 손연재(23·연세대)는 불모지였던 한국 리듬체조의 개척자로 평가받아왔다. 17년 동안 정들었던 매트와 작별을 고하기까지 숱한 국제대회에서 선전했고 ‘체조 요정’으로 불리며 한국 리듬체조의 위상을 높여 왔다. 하지만 피겨 여왕 김연아와의 비교가 언론 및 호사가 사이에서 이어지면서 그에 따른 악성 댓글로 마음고생을 해야했다. 특히 과거 최순실 국정농단의 산물인 늘품체조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산 것이 이번 은퇴의 한 이유로 꼽히고 있어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불모지 개척한 체조소녀

손연재는 불과 6살 때 유연한 몸놀림과 끼를 자랑하며 난생 처음 매트 위에 섰다. 그 당시만 해도 리듬체조는 신체조건이 좋은 서양인들의 전유물로 알려져 한국에서조차 거의 찬밥신세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손연재는 남이 걷지 않았던 길을 과감히 선택했다. 어린 나이에 리듬체조를 시작한 탓에 비교적 탄탄한 기본기를 갖출 수 있었다. 유럽권 선수들에 비해 신체조건이 불리했지만 피나는 연습을 통해 풍부한 표현력을 길렀다. 국내체조계도 조금씩 들썩이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국내무대를 접수한 손연재는 2009년 슬로베니아 챌린지 대회 주니어 부문에서 생애 처음 국제대회 우승을 맛봤다. 이듬해 시니어 무대에 데뷔해 한국 리듬체조의 유일한 희망으로 떠올랐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그녀는 2013년 한국 최초로 아시아선수권대회 금메달(개인종합·곤봉·후프)을 따냈다. 이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선 금메달을 목에 걸며 아시아 최강임을 입증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올림픽 무대에도 두 차례 나섰다. 첫 도전이었던 2012 런던 대회 때는 개인종합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8월 열린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은 그녀의 생애 두 번째이자 마지막 올림픽이었다. 대회 전 맞춤형 프로그램을 짜는 등 메달권 진입을 위해 절치부심했다.

손연재는 마그리타 마문, 야나 쿠드랍체바(이상 러시아), 안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 등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 사이에서 개인종합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올림픽 4위는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고 성적이었다. 아시아선수로는 2004년 아테네 대회 4위를 차지한 알리야 유수포바(카자흐스탄)에 이어 역대 최고 타이 기록이었다.

김연아와의 비교, 악플, 최순실게이트

하지만 손연재의 화려한 체조 인생 뒤에는 눈물도 공존했다. 특히 김연아(피겨)와는 함께 한국 스포츠의 새 영역을 개척한 선수로 평가받으면서도 동시에 끝없는 비교대상이 돼야했다. 20대 여자 스포츠스타, 대학라이벌(김연아-고려대, 손연재-연세대)이라는 경쟁구도는 언론과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였다. 그러나 김연아와는 달리 손연재는 네티즌들의 비난과 악플에 시달려야 했다. 손연재에게는 세계 최고임을 입증하는 ‘올림픽 메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2010 밴쿠버,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각각 금·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네티즌들은 이를 지적하며 소속사와 언론 등의 도움으로 손연재가 실력에 비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고 비난했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손연재는 지난해 말 불거진 ‘최순실 게이트’의 엉뚱한 희생양이 되면서 치명타를 입었다. 2014년 최순실의 영향을 받았다는 늘품체조 시연회 자리에 참석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대통령이 직접 나선 시연회에 참여하면서 손연재가 지난해 2월 대한체육회 체육상 대상을 수상하는 등 일종의 특혜를 받았다는 근거없는 의혹이 제기됐다. 더구나 당시 김연아는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가하지 않아 비난의 화살은 손연재에게 더 집중됐다.

손연재는 리우올림픽이 끝난 뒤 러시아와 미국, 영국 등에서 리듬체조 유망주들을 상대로 재능기부 활동을 펼치며 현역생활의 기로에서 고민 중이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구설수에 오르고 비난을 받자 현역은퇴라는 힘든 선택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손연재는 19일 인스타그램에서 “힘든 일상들을 견뎌내면서 노력과 비례하지 않는 결과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며 “지금까지 나와 같이 걸어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라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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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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