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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토론회 기피 논란, 문재인 본인에게도 손해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해 조기 대선이 실시되면 19대 대통령은 전광석화처럼 탄생한다. 60일 내에 후임자를 선출해야 한다는 헌법 규정에 따른 것이다. 여야 각 정당이 자체적으로 하는 경선을 빼면 캠페인 기간은 길어야 한 달 남짓이다. 정상적으로 대선이 치러지는 경우와 비교하면 후보의 자질과 도덕성, 정책을 검증할 물리적 시간이 절대 부족한 것이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제대로 된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자칫 이전보다 더한 깜깜이 대선을 치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TV 토론이다. 그것도 형식과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무제한으로 진행해 후보들의 민낯과 실력을 확실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 대선에서도 이런 요구들이 있었지만 주로 지지율이 높은 유력 후보들이 난색을 표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대신 이들은 정책 발표나 질문과 시간이 한정된 기자회견을 선호했다. 그러나 이런 일방적 방식으론 유권자가 궁금해하는 것을 속 시원하게 알기 어렵다. 표를 줘야 할 합리적 준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셈이다.

그런데 조기 대선 정국에서 부동의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토론회 기피 논란에 휩싸였다. 12일 열릴 예정이던 민주당 지방의원협의회 초청 대선 후보 토론회에 문 전 대표가 다른 일정으로 참석이 어렵다고 통보하면서 토론회 자체가 무산된 탓이다. 당장 이재명 성남시장은 문 전 대표가 개인 정책 발표회는 계속하면서 토론회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안희정 충남지사도 “암기하는 실력이 지도자의 자질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논란 자체가 대세론을 펴고 있는 문 전 대표에게 손해다. 부자 몸조심에다 토론에 자신이 없어 피하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작은 정당인 정의당은 이미 토론회를 갖고 있다. 문 전 대표는 국민들에게 촛불집회 참석을 독려하지 말고 당 안팎의 각종 토론회에 당당하게 나가는 게 맞다. 여기서 경제, 외교·안보, 복지 등 모든 주제를 놓고 무제한 토론을 벌여 본인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말로만 ‘준비된 대통령감’이라고 주장해선 설득력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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