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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코너-맹경환] 사드 보복 뒤 숨은 큰그림 봐야

한국의 정치 혼란 최대한 활용하는 중국… 사드 내세워 자국 산업 육성 의도 경계해야

입력 : 2017-02-05 18:15/수정 : 2017-02-05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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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한국 특파원들과 주중 대사관 관계자들 사이에 최근 유행하는 말이 있다. ‘사드 때문이 아니라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한국과 미국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한다고 발표한 이후 중국은 갖가지 보복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보복으로 의심할 만한 조치가 ‘발견’됐을 때 특파원과 대사관 관계자들은 중국의 의도를 분석하고 팩트를 체크하는 데 분주해진다. 사드 때문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아니라고 하기도 그런 애매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사드 때문이 아니라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매한 것을 포함해 모든 것들은 중국의 보복 조치로 전해지고 그렇게 확정된다.

명백히 사드 보복 조치로 인정되는 것은 한국 연예인의 방송활동을 차단하고 한국 드라마의 방영을 금지하는 ‘한한령(限韓令)’이다. 올 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방중 당시 중국 외교부 고위 관계자가 “국민감정이 안 좋은데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여주면 오히려 더 안 좋을 수 있으니 중국 국민이 보지 않고 제재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한한령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행 전세기 운항 불허나 사드 부지를 제공키로 한 롯데의 중국 법인들에 대한 전방위 소방점검과 세무조사도 명백한 사드 보복 조치들로 분류된다.

‘사드 때문이 아니라는 증거가 없다’에 속하는 대표적인 예는 최근 소프라노 조수미씨와 피아니스트 백건우씨의 중국 공연이 지연 또는 취소된 일이다. 백씨의 경우 구이저우성 구이양에서 공연할 예정이었는데 중국 연주자로 교체됐다. 중국 측에서는 백씨의 비자 발급을 위한 초청장을 보냈다고 하지만 비자 발급이 최종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이유가 사드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사드 때문이 분명히 아닌데도 사드 때문이라고 알려진 경우도 많다. 최근 한국산 화장품이나 비데, 공기청정기 등이 중국 수입 통관 과정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일이 대표적이다. 화장품은 수출 시 기본적인 것도 지키지 않은 특정 중소기업 제품들이 대거 불합격 판정을 받으면서 전체적으로 불합격 건수가 크게 늘어난 것처럼 보였다. 공기청정기는 중국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의 점유율이 60%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산의 불합격 판정이 높을 수밖에 없다.

사실 중국 정부는 한국 언론 또는 한국의 호들갑에 웃고 즐길 수도 있다. 진짜 보복 카드를 들이댈 경우의 효과도 가늠하고 있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은 생각지도 않는 보복 방법을 우리가 알려주고 있는 셈”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중국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 이후 한국의 정치 혼란을 최대한 활용해 정부와 사드 반대 여론 사이의 틈을 파고들고 있다. 야권이 정권을 잡은 뒤를 기대하기도 한다. 중국의 기대대로 사드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사드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이 원상태로 돌아오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중국은 이미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사드 때문이라고 단순화하고 있는 한국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규제나 한국산 폴리실리콘 등에 대한 반덤핑 조사도 자국 배터리산업 육성 정책의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국인들의 해외 관광은 이미 단체 관광에서 개별 관광으로 축이 옮겨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저가 단체 관광이 줄고 있는 것을 사드 때문이라고 획일화시킨다면 변화를 읽지 못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사드 문제가 풀린다 해도 중국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지속할 것이다. 사드 보복 논란 뒤에 숨어 있는 큰 그림을 봐야 하는 이유다.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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