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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人터뷰] “돈 버는 사회적 기업 산실… 소셜밸리 더 많이 복제되길”

‘성수동 생태계’ 일궈가는 박찬재·윤홍조·정경선 대표

[인人터뷰] “돈 버는 사회적 기업 산실… 소셜밸리 더 많이 복제되길” 기사의 사진
서울 성수동 디웰 1호점 지하 ‘이노베이터스 라이브러리’에 지난 24일 윤홍조 박찬재 정경선 대표(왼쪽부터)가 모였다. 이곳은 누구나 찾아와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도록 무인도서관으로 운영된다. 1층은 카페 ‘오늘살롱’, 2∼3층은 사회적 비즈니스를 꿈꾸는 이들의 공동 주거공간이다. 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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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가수 겸 배우 수지가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중국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공항패션을 촬영한 사진이 인터넷에 올랐는데, 사람들의 관심은 그가 들고 있던 스마트폰 케이스에 쏠렸다. 화려한 꽃무늬의 독특한 디자인을 누가 만들었는지, 네티즌이 찾아내는 일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주식회사 ‘마리몬드’는 다양한 꽃무늬 패턴을 넣어 폰케이스 티셔츠 가방 등을 만든다. 꽃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상징한다. 지난 시즌 김학순 할머니를 닮은 무궁화 디자인을 넣었다면 이번 시즌에는 이순덕 할머니가 생각나는 동백꽃을 활용하는 식이다. 수지 폰케이스는 심달연 할머니가 미술치료를 받으며 직접 만든 압화(押花) 작품을 차용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이야기를 디자인에 담고 그것이 우리 일상 한쪽에 놓이도록 제품을 만드는 이 사회적 기업은 수지의 폰케이스가 알려진 뒤 쇄도하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했다. 발송 물량이 밀려 구매자가 몇 주씩 기다려야 했다. 마리몬드 윤홍조(31) 대표는 ‘두손컴퍼니’에 도움을 청했다. 자신의 두 손을 써서 일하는 사람들의 회사란 뜻인데, 노숙인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곳이었다.

두손컴퍼니는 원래 종이로 옷걸이를 만들었다. 옷을 입을 때와 벗을 때 하루 두 번씩 집어 드는 옷걸이를 광고판처럼 만들자, 옷걸이도 팔고 광고지면도 팔자, 재생종이로 만들면 친환경적이고 큰 기술이 없어도 된다…. 종이옷걸이 사업에 뛰어든 건 이런 구상과 함께 ‘일자리를 창출해 빈곤 문제를 풀어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요즘 대선후보들이 하고 있는 말을 박찬재(30) 대표는 2011년 행동에 옮겨 이 회사를 창업했다.

노숙인 쉼터를 찾아다니며 직원을 뽑았다. 쉼터 6곳에서 100여명이 일하러 오던 때도 있었지만 제조업의 문제는 주문이 끊기면 일감도 사라진다는 거였다. 좀 더 안정적인 일거리가 필요할 때 윤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고, 수지로 인한 배송 고민을 들었고, 박 대표는 물류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옷걸이 제조업과 물류대행업의 공통점? 두 손이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두 사회적 기업의 협업은 성공했다. 마리몬드의 발송 지연은 완전히 해소됐으며 두손컴퍼니는 넉넉한 일감을 확보했다. 지난해 각각 49억원과 15억원 매출을 올렸다.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회사와 노숙인 일자리를 만드는 회사가 함께 비즈니스를 하게 된 것, 그러니까 좀 더 많은 이들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생각하는 동안 가난한 사람들에게 좀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기게 된 배경에는 서울 성수동의 사회적 기업 생태계, 그것을 만들어가고 있는 ‘루트임팩트’와 ‘HGI’가 있었다.

실리콘밸리처럼 성수동 ‘소셜밸리’를 조성해온 비영리사단법인(루트임팩트)과 투자회사(HGI)는 정경선(31) 대표가 각각 2012년과 2014년 설립했다. 현대해상화재 정몽윤 회장의 아들이면서 고 정주영 회장의 손자인데, 마리몬드와 두손컴퍼니를 비롯한 사회적 기업 12곳에 투자하고 있다. 성수동 ‘오늘살롱’에서 세 젊은이를 만난 것은 지난 24일이었다.

-두손컴퍼니 일감은 요즘 어떤가.

◇박찬재(박)=“마리몬드 덕에 충분하다. 고객사도 10여곳으로 늘었고, 작년에 700% 성장했다. 직원은 현재 23명. 절반이 노숙인 쉼터나 여성 쉼터에서 오신 분이다. 매출 대부분을 채용 늘리는 데 써서 아직 성과급은 못 주지만 의료지원 정도는 하고 있다. 올해 매출 목표는 52억원으로 잡았다.”

-옷걸이로 시작한 지 불과 5년 만에 회사가 커졌다.

◇박=“성수동 생태계 없이는 절대 안 됐을 거다. 고비마다 마리몬드 도움이 있었고, HGI의 투자를 받았고, 루트임팩트가 양성한 좋은 인재들이 합류했다.”

-성수동에는 어떻게 오게 됐나.

◇정경선(정)=“루트임팩트는 사회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사람들을 발굴해 육성하고, HGI는 그런 사회적 기업에 돈을 투자한다. 이런 사람과 기업이 모여 있으면 시너지가 나겠다고 생각해 2014년 회사를 성수동으로 옮기면서 알고 지내던 사회적 기업가들에게 ‘성수동 오시라’고 제안하고 다녔다. 마리몬드 두손컴퍼니 외에도 그 무렵 8∼9곳 더 이 동네로 사무실을 옮겼다.”

루트임팩트는 성수동에 3층짜리 다세대주택을 임대해 ‘디웰(D-well)’이라는 공간을 만들었다. 지하는 무인도서관, 1층은 카페, 2∼3층은 셰어하우스로 꾸몄다. 사회적 비즈니스를 해보려는 젊은이 14명이 1인1실 혹은 2인1실로 거실 부엌 욕실을 공유하며 산다. 살림살이가 완벽히 갖춰진 곳에서 비슷한 꿈을 꾸는 이들과 어울려 저렴한 임대료로 지낼 수 있다. 걸어서 몇 분 거리에 많은 사회적 기업이 둥지를 틀었고, 놀이터 삼아 회의실 삼아 디웰을 드나들었다. 정 대표는 이듬해 디웰 2호점을 열었다.

-벤치마킹 대상이 있었나.

◇정=“가장 유사한 건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다운타운프로젝트다. 신발유통업체 ‘자포스’의 토니 셰이가 4000억원 들여 구도심의 소상공인 벤처기업 예술인에게 많은 투자를 했다. 물리적 공간과 커뮤니티를 조성해 사회혁신을 유도하는 방식이 우리와 비슷하다. 2014년 그들과 우연히 인연을 맺어 지금도 친하게 지낸다. 행사에 초청돼 갔다가 셰이도 만나봤다. 정말 격식을 따지지 않는 사람이더라.”

정 대표는 셰이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네가 하는 건 자선활동이냐, 사회적 기업이냐, 그냥 기업이냐?” 그는 주저 없이 “그냥 기업”이라고 답했다. “나는 돈을 벌려고 하는 거다. 생각해 봤는데,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모든 이해관계자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도 좋은 일 하면서 돈도 벌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데, HGI는 어떤 곳에 투자하나.

◇정=“사회적 가치와 자본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아니다. 사회적 기업이 원하는 가치를 이루려면 기업으로 지속될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괜찮은 비즈니스 모델을 갖춰야 한다. HGI는 그런 잠재력을 가진 회사에 투자하고, 투자하고 싶은 회사가 그런 모델을 갖추도록 지원한다.

사회적 기업이면 당연히 단기수익이 없을 거라 생각하는데, 100억원대 투자를 받아놓고 월 매출 1000만원도 안 되는 벤처기업이 수두룩하다. 우리가 투자한 마리몬드 두손컴퍼니 생생농업유통 등은 훨씬 견고한 매출을 내고,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었거나 근접했다. 사회적 기업의 단기수익이 나쁘다는 얘기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투자자금은 주로 저와 개인주주들(가족·친척)이 조달하다 작년 말 외부 기관투자를 유치했다. 향후 3년 정도 자금 고민을 덜었다. 아무 인맥 없는 기관이 투자한 건 우리 소셜벤처들이 그만큼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뜻이다.”

정·윤 대표는 경영학, 박 대표는 독문학을 전공했다. 윤·박 대표는 ‘인액터스’ 동아리에서 활동했고, 정 대표는 ‘쿠스파’라는 동아리를 만들었다. 모두 비즈니스를 통한 사회공헌, 세상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임팩트 비즈니스, 다양한 모델의 사회적 기업을 실험하는 모임이다.

-마리몬드 현황은.

◇윤홍조(윤)=“직원이 34명인데, 다음주 2명 더 뽑는다. 매출은 매년 2배 이상 성장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를 직접 하니까 비용이 절약돼 영업이익률은 굉장히 좋다. 창업 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기부한 누적액이 5억원을 넘었다. 꽃무늬 패턴은 할머니들 개개인의 존귀함을 보여주려는 것인데, 우리가 존귀함을 생각해봐야 할 다음 대상을 찾고 있다. 거의 마쳤고 이제 그분들을 위한 디자인 작업을 할 것이다. 중국과 동남아에서 진행할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을 하나.

◇윤=“대학 동아리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찾아갔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다. 대기업 취직과 창업 중 택해야 했는데, 더 후회하지 않을 일을 생각해보니 창업이었다. 준비하면서 기왕 하는 거 어떤 가치를 놓고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목표는 10년 안에 글로벌 기업 수준의 외형을 갖추는 거다. 돈은 별로 관심 없다. 외형을 만들어 사회적 임팩트를 내는 게 목표여서 다른 브랜드, 서브 브랜드를 계속 론칭하려 한다.”

◇박=“언론에서 노숙인 뉴스를 접하고 무작정 서울역에 가봤던 게 계기였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은 많은데 우리가 다른 점은 그걸 비즈니스로 해보려는 데 있다. 우리나라는 비즈니스의 힘이 평가절하돼 있는 것 같다. 노숙인을 넘어 취약계층 전반의 빈곤 문제로 접근하려는데 목표는 10년 안에 매출 1000억원, 1000명을 상시 고용하는 것이다.”

◇정=“우리가 ‘체인지메이커’라고 부르는 윤 대표 박 대표 같은 분이 많아지고 계속 성장하면 좋겠다. 만약 내가 정말 힘들고 어두운 곳에 놓였을 때 누군가 내게 이런 손길을 내밀어주는 그런 세상이 되면 좋지 않겠나.”

루트임팩트는 성수동에 신축 건물을 하나 또 임대했다. 사회적 기업가들의 셰어하우스 디웰 1·2호에 이어 500명이 같이 일할 수 있는 셰어오피스 ‘헤이그라운드’를 6월 시작한다. 성수동에 올 때처럼 사회적 기업을 찾아다니며 ‘헤이그라운드로 오시라’고 제안하고 다녔다. 이미 24개 회사가 입주키로 했고, 이들은 수시로 모여 이 업무공간의 활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구글은 몇 해 전 본사 ‘구글플렉스’를 리모델링하며 ‘3만평 부지에서 어떤 직원도 다른 직원과 마주치는 데 2분30초 이상 걸을 필요가 없도록’ 설계했다. 업무영역이 다른 직원들의 ‘우연한 대화’를 통해 창의적 발상을 끌어내려 했다. 다른 사업을 하는 회사들이 한 공간에서 일하게 하자는 헤이그라운드 구상도 이와 다르지 않다. 탕비실을 중앙에 배치하고 공용공간·휴식공간을 구석구석 마련했다.

-헤이그라운드 다음엔 어떤 일을 할 텐가.

◇정=“성수동 생태계가 다른 지역에 많이 복제되면 좋겠다. 국내에서도, 미국 일본 싱가포르 같은 해외에서도 관심 갖는 이들이 의외로 많더라. 소셜밸리 모델이 복제 가능하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

글=태원준 논설위원 wjtae@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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