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설

[사설] 개헌 위한 ‘3년 대통령’ 대승적 합의 이뤄내라

“개헌 당위성과 정치적 현실 사이의 절충점… 반 총장이 귀국하며 수용한다면 합의 가능성 커질 것”

“제도가 무슨 잘못이 있나, 사람이 문제다.” 이렇게 말하는 건 아주 오만하거나 매우 안이한 생각이다. 같은 제도라도 내가 하면 잘할 수 있다는 오만함, 잘할 사람을 뽑으면 된다는 안이함은 한국 정치가 수십년째 이런 수준에 머문 주된 원인이었다. 민주화 이후 30년간 여섯 대통령이 취임했고 단 한 명도 성공해서 물러나지 못했다. 이는 사람이 아닌 제도의 문제임을 증명하며 박근혜정권의 실패도 그 연장선에 있다. 최순실 같은 사람이 국정을 조종하고 이득을 챙기려 달려들 만큼 우리 제도는 허술했고, 대통령 한 사람만 주무르면 가능할 정도로 기형적이었다. 국민이 “이게 나라냐”고 말하는 지경에 왔다. 근본부터 뜯어고치는 개헌에 회의적인 정치인이 있다면 오만하거나 안이한 것이다.

정치권이 개헌을 말한 건 십수년이 됐다. 많은 연구와 검토가 있었지만 실행되지 않은 이유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주자 이해관계와 직결된 권력구조 문제가 걸림돌이었다. 개헌은 방향과 내용이 충분히 제시돼 조기 대선 전에도 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는 가능한데, 그렇게 단시간에 대승적 합의를 도출해낼 만큼 정치권 수준이 높지 않다. ‘3년 대통령’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을 갖는다. 야권 비주류에서 나온 이 아이디어는 현행 헌법에 따라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되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면 2020년에 임기가 끝나 대선과 총선을 함께 치를 수 있게 되니 3년간 개헌 작업을 마무리하고 2020년 새 헌법으로 선거를 하자는 것이다. 개헌의 당위성과 정치적 현실 사이에서 임기 단축을 통해 절충점을 찾았다. 지도자가 되려 한다면 그 정도 희생은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개헌 여론이 고조된 20대 국회에서 이를 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할 수 없다. 고장 난 국가를 끌어안고 가도 될 만큼 경제와 안보가 여유롭지 않다. 대선주자들이 임기 단축과 개헌을 공약하기 바란다. 이를 실행토록 강제할 정치적 장치를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 합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3년 임기의 차기 대통령은 개헌 후 대통령제가 유지될 경우 재선에 도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야권 선두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가장 망설일 듯하다. 출마 의사를 밝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다음 달 귀국 일성으로 ‘3년 대통령’을 주장하고 나서기를 기대한다. 문 전 대표에게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불성실한 근태를 4년이나 쉬쉬할 수 있었다. 감시와 견제가 턱없이 약했다는 뜻이다. 잘하는 사람이 해서 잘 돌아가는 정부보다 누가 해도 일정 수준 이상 성과를 내는 정부라야 사회와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꼭 필요한 권력 분산과 견제의 국가체계를 만드는 데 개헌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