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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헌이 촛불민심에 부합한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개헌이 필요하다. 그리고 논의는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개헌 논의와 거리를 둬왔던 것과 비교해 진일보한 발언이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촛불 시민혁명은 개헌으로 완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탄핵 정국에서 숨죽여 왔던 개헌파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개헌 띄우기’에 나섰다. 조기 대선 정국과 맞물려 개헌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개헌 논의에 필요한 국회 안팎의 여건은 성숙돼 있다. 여야는 내년 1월 개헌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했다. 1987년 개헌 이후 처음이다. 국회의원 200명 안팎이 개헌에 긍정적이다. 국민 여론도 우호적이다. 촛불민심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타오르고 있다. 촛불은 우리 사회 곳곳의 부조리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최순실 사태를 잉태한 제왕적 대통령제를 탄핵하라는 주문이다. 박 대통령만 물러나게 하기엔 국민들이 치른 대가가 너무 크고 엄중하다. 정치권은 촛불민심의 요구를 담아낼 그릇을 만들어야 하는 책무가 있다. 그것이 개헌이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우선 시간문제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 심리를 끝내는 시점이 변수다. 조기에 탄핵 여부가 결정된다면 개헌 논의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여야가 선호하는 개헌론이 다른 점도 논의 자체를 어렵게 만들 소지가 있다. 최대 걸림돌은 개헌 반대 세력이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지금은 개헌을 말할 때가 아니다”며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표 측은 ‘대선 후 개헌’ 카드를 흘리고 있다. 우리는 과거 대통령 후보들이 대선 후 임기 내 개헌을 공약했지만 당선된 뒤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예를 많이 경험했다. 그래서 믿기 어렵다. 시간을 핑계로 개헌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촛불민심에 역행하는 처사다.

개헌은 대한민국의 또 다른 ‘30년’을 결정지을 수 있는 만큼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는지보다 중요하다. 결론이 어찌 나든 공론의 장은 열려 있어야 한다. 개헌은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결단이 필요한 현재의 문제다. 87년 6월항쟁에 이어 또다시 미완의 역사를 되풀이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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