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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야당, 정국 수습능력 발휘하라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자신의 퇴진 일정을 국회가 정해달라고 요청함에 따라 국정 수습의 책임이 상당 부분 정치권으로 넘어왔다. 대통령의 퇴진 시점과 조기 대선 일정 등 큰 그림을 마련해야 하는 역할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여소야대 상황을 감안하면 야권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정을 수습하기 위해 지금은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만 바라보고 수습책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그러나 야권은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를 탄핵을 피하기 위한 ‘시간 벌기용’으로 규정짓고 탄핵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정 정상화를 위한 수습책이 마련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탄핵보다 박 대통령이 이양을 약속한 권력을 새로 담아내기 위한 그릇을 마련하는 작업이 긴요하다. 대통령으로부터 촉발된 국정마비 상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런 탓에 여야 합의로 새로운 총리를 선출하는 것이 시급하다. 물론 대통령과 새 총리의 권한과 의무를 명시하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 황교안 총리 체제는 박근혜정부와 다를 바 없다는 측면에서 국정을 수습할 동력을 상실했다는 판단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후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김병준 총리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가 선행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벌써부터 정치권 진영별로 총리 후보에 대한 유불리를 따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금은 누구를 내세워야 집권 전략에 유리할지를 따질 때가 아니다. 대선이 아닌 국민과 국가가 총리 선출의 유일한 기준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박 대통령의 퇴진에 책임 있는 여당도 이에 적극 협조할 의무가 있다.

백척간두에 서 있는 한국경제를 살려야 할 책무도 정치권에 주어져 있다.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가계·기업 부채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구조조정 과정도 마무리해야 하지만 대한민국 경제호에는 현재 선장이 없다. 탄핵안 처리 이후로 미뤄놓은 임종룡 경제부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우선 실시하는 방안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여의치 않다면 유일호 현 경제부총리에게라도 힘을 실어줘야 한다.

정치권은 박 대통령 퇴진까지의 귀중한 시간을 정쟁이나 대권 놀음에 허비해선 안 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원인을 정확히 찾아 새로운 국가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촛불민심도 박 대통령의 퇴진에만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새로운 체제를 갈망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폐해가 여실히 드러난 만큼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해 개헌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마땅하다. 200명에 가까운 의원이 개헌 추진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동력은 충분하다. 일부 야권 대선 주자들도 자신의 집권 전략에서 벗어나 국민과 국가를 위해 개헌이 필요한지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해보자. 정치권은 지금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 운영의 최일선에 서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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