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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 조사 없이는 진상규명 한계… 스스로 수사 청해 진실 밝히는 것이 국민에게 사죄하는 길”

거듭 말하지만 국정농단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상을 낱낱이 밝히는 일이다. 최순실씨가 사용(私用)한 권력의 주인은 국민이고, 국민은 그 전모를 알 권리가 있다. 결코 다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 재발을 막으려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부터 확실하게 규명해야 한다. 개헌을 포함해 국정 시스템의 전면 개편이 불가피하다. 새로운 체제를 허점 없이 설계하는 첫걸음 역시 어디서 잘못됐기에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검찰은 최씨를 긴급체포하며 이 중차대한 작업에 착수했다. 수사는 성역 없이 이뤄져야 하고, 박근혜 대통령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가 필요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최씨에게)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 표현 등을 도움 받은 적이 있다.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에는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며 사실상의 ‘자백’을 했다. 이는 박 대통령의 지시나 묵인·방조 아래 국정농단이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지난 20일에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을 거론하며 “지난 2월 기업인들에게 문화 체육에 대한 투자 확대를 부탁드린 바 있다”고 말했다. 두 재단에 대기업 후원금을 받아낸 과정에도 ‘역할’을 했다고 박 대통령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최씨가 받고 있는 숱한 혐의와 의혹은 모두 대통령의 후광이 아니면 실현될 수 없었다. 박 대통령을 수사하지 않고 이 사태의 진상을 밝히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하더라도 완전하기 어렵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 출석해 “대통령은 헌법상 불소추 특권에 따라 기소뿐 아니라 수사 대상도 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다수설”이라고 밝혔다. 이 조항은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 수행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박 대통령은 정상적인 국정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 있다. 오히려 박 대통령을 수사해 진상을 밝히는 게 국정을 원활한 위치로 되돌리는 일이 됐다. 학계에는 “대통령을 기소할 순 없어도 수사는 할 수 있고 이를 위한 압수수색도 가능하다”는 해석 역시 존재한다. 야당은 “박 대통령이 이 사태의 핵심 증인”이라며 수사를 촉구했고, 종교계 등에서 잇따르는 시국선언도 “박 대통령이 직접 진실을 밝히라”고 주문하고 있다.

법적 걸림돌을 넘어서는 최선의 방법은 박 대통령이 헌법 84조의 특권을 포기하고 스스로 수사를 청하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증거는 인멸될 가능성이 커진다. 위법 행위가 드러날 경우 기소는 퇴임 이후로 미루더라도 명확한 진상규명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수사를 받겠다고 천명해야 한다. 그것이 분노한 국민에게 사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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