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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94> 라스푸틴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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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푸틴 실제 모습
‘최순실 사태’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발단은 최순실의 아버지 최태민씨다. 최씨는 알려진 것처럼 목사가 아니다. 좋게 말해 신흥종교, 나쁘게 말해 사이비교 교주다. 그것도 단명한. 그런 그는 최고권력자의 딸을 끼고 국정을 농단했다는 점에서 제정 러시아 말기 황제의 부인을 등에 업고 나라를 말아먹었던 사이비 사제 라스푸틴과 비교된다.

그리고리 라스푸틴 역시 ‘요승(妖僧)’ ‘괴승(怪僧)’ 으로 불리지만 사제도 성직자도 아니다. 시베리아의 농부 출신 신비술사다. 그는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와 알렉산드라 황비의 총애를 빌미로 전횡을 부리다 1916년 귀족들에 의해 암살됐다. 신비에 싸인 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엄청나 그의 사후 그에 관한 저술 등 창작물은 성황을 이뤘다.

영화계 역시 이 좋은 소재를 놓칠 리 없다. 시작은 그가 죽은 지 불과 1년 만인 1917년이었다. 미국에서 무성영화 ‘로마노프 왕조의 몰락’이 나왔다. 그러나 이 영화는 필름이 사라져 이제는 볼 수 없다. 이어 1932년에는 MGM이 제작한 ‘라스푸틴과 황비’가 나왔으며 1966년에는 영국 공포영화의 명가(名家) 해머영화사가 ‘광승(狂僧) 라스푸틴’을 내놨다. 드라큘라로 이름을 떨친 크리스토퍼 리가 라스푸틴 역이었다.

이후 라스푸틴 영화는 1971년작 ‘니콜라스와 알렉산드라’로 이어진다. 프랭클린 J 샤프너가 연출한 이 영국 영화는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다만 이 영화는 니콜라이 2세 부부가 주인공이고 라스푸틴은 조연이다. 그래선지 당초 라스푸틴 역을 제의받았던 피터 오툴은 이를 거절했다. 라스푸틴 영화는 앞으로도 나올 예정이다. 워너브러더스사가 레오나르도 디 카프리오를 주연으로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사족- 라스푸틴에게는 1남2녀가 있었다. 그중 아버지와 함께 황도(皇都)에서 살았던 큰딸 마리아는 라스푸틴 사후 프랑스로 갔다가 1935년 미국으로 이주해 서커스단의 호랑이 조련사로 살았다. 최순실과 다른 점이다.

김상온(프리랜서 영화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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