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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찰, 최순실의 국정농단 명명백백히 밝혀라

“국기문란 몸통인 대통령이나 국민 신뢰 상실한 검찰이 속죄하는 길은 오로지 진실 드러내는 것뿐”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31일 오후 피의자로 검찰에 소환돼 포토라인에 섰다. 온 국민을 분노케 한 국정농단 사태의 장본인이 드디어 국민 앞에 정식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독일로 출국해 잠적한 지 58일 만이고, 영국에서 전격 귀국한 지 하루 만이다. 최씨가 검찰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한 것 외에는 대부분의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어 제대로 진술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검찰의 엄정 수사와 수사 의지가 그만큼 중요하다.

검찰이 최씨를 상대로 조사하는 것은 크게 세 부분이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기업체 상대 800억원대 강제모금 및 기금 유용, 청와대 문건 열람·유출 등 국정농단,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및 특혜 의혹이다. 검찰은 그간 소환조사한 재단 관계자 및 최씨 측근 등의 진술과 청와대에서 임의제출 받은 자료 등 물증을 토대로 의혹을 철저히 추궁해야 한다. 하지만 최씨 귀국을 예상하지 못해 수사 준비가 덜 돼 있는 데다 늑장 압수수색으로 충분한 범죄 단서를 확보하지 못해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청와대가 마지못해 건네준 자료도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관련자들의 조직적 증거인멸이나 입막음 시도가 광범위하게 드러나면서 ‘보이지 않는 손’의 사건 축소 시나리오도 의심된다. 기업 강제모금 배후로 지목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지난주 대포폰을 사용해 검찰 출석을 앞둔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을 회유하려 한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 압수수색에 앞서 K스포츠재단 컴퓨터는 모두 교체됐다. 핵심으로 향하는 수사의 칼날을 막기 위한 ‘꼬리 자르기’ 수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적 하명 수사로 일관하다 국민 신뢰를 상실한 검찰도 여전히 미덥지 않다. 아직도 정권의 눈치를 보고 짜맞추기 수사로 결론내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러나 조직의 존폐 위기를 맞은 검찰에는 이제 퇴로가 없다. 헌정사 초유의 국기문란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따라 검찰의 명운이 달려 있다. 마침 특별수사본부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가 긴급 투입되면서 과거 대검 중앙수사부에 필적하는 기구가 됐다. 거악을 척결한다는 각오로 규명에 나서야 한다. 수사의 몸통은 최씨가 아니라 그렇게 국정을 농단하도록 만들어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임을 한시라도 잊지 말아야 한다. 안 전 수석과 국정농단을 방치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도 조속히 소환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다. 박 대통령은 대면조사를 자청하는 등 수사에 협조해 진상을 숨김없이 고백해야 한다. 검찰도 정치검찰이란 오명을 씻기 위해서는 결코 좌고우면해선 안 된다. 대통령이나 검찰이 국민에게 속죄하는 길은 오로지 진실을 드러내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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