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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이슈] 최순실에 멈춘 국정, 통화스와프도 발목?

차질 우려되는 ‘금융시장 안전판’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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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정부 간 통화스와프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금융시장에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내 미국의 금리 인상이 확실시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데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정 운영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시장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정 혼란이 조기에 수습되지 못할 경우 정책 결정이 늦어져 금융시장 안전판 마련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1년6개월 만에 재개된 협상

시작은 지난 8월 27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일 재무장관회의였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과 만나 경제·금융 협력방안을 논의하면서 통화스와프를 제안했다. 양국 재무장관은 공동보도문에서 “한국 정부는 양국 간 경제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며 그 일환으로 양국 간 동일한 금액을 주고받는 새로운 형태의 양자 통화스와프 협정을 제안했다”며 “이 협정은 역내 금융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국가 간 통화스와프는 양국이 정해진 환율에 따라 자국 통화를 상대국 통화와 맞교환하는 협정을 말한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으로도 해결이 어려운 외환위기에 대비해 주변국과 협의해 국제유동성을 확보함으로써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이다.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 외에 위기 때 외화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안전판을 마련해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외환보유고 관리와 국제유동성 확보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후 한국은 꾸준히 외환보유고를 늘려 왔다.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지난달 말 기준 3777억7000만 달러에 달하지만 통화스와프를 가급적 늘려 금융안정망을 튼튼히 해야 한다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2001년 일본과 처음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은 한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미국과 3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기도 했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2015년 2월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100억 달러가 만기도래했고, 양국이 만기를 연장하지 않으면서 종료됐다.

중국 의존 벗어나 통화스와프 다양화

한국 정부는 왜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를 추진할까. 우선 금융시장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볼 때 통화스와프 규모 자체가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10월 말 현재 한국의 양자 통화스와프는 중국과 맺은 3600억 위안(64조원·560억 달러), 호주와 맺은 50억 호주달러(5조원·45억 달러) 등이다. 2011년 10월 26일 체결된 한·중 통화스와프는 당초 2014년 10월 25일이 만기였지만 2013년 6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통화스와프 만기를 3년 연장키로 하면서 만기가 2017년 10월 25일로 늘어났다. 한·호주 통화스와프 만기일은 2017년 2월 22일이다. 다자간 통화스와프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공동기금(CMIM) 2400억 달러 중 한국이 16%에 해당하는 384억 달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유사시에 활용할 수 있지만 회원국 동의가 필요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중국 의존도는 더 커졌다. 위안화가 이달 초 IMF 특별인출권(SDR) 바스켓 통화에 정식 편입되긴 했지만 국제결제 비중은 여전히 낮다. 달러화나 엔화 등 기축통화로 교환할 수 있는 협정이 필요한 셈이다. 송인창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재무장관회의 때 합의는 자국 통화를 주고 달러를 받는 형태가 원칙이긴 하지만 원화를 주고 엔화를 받는 직접교환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을 중국과의 관계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현재 한국의 통화스와프 상황에서 중국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데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과의 경제협력 강화가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해석이다.

국정혼란 딛고 통화스와프 가능할까

양국 재무장관들이 합의한 만큼 한·일 통화스와프는 시기와 규모를 조율하는 일만 남았다. 문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불거진 국정 공백이다. 국정 전반에 걸쳐 리더십이 붕괴될 조짐을 보이면서 경제 정책이 일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당장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비롯해 내년 경제정책방향 수립, 부실기업 구조조정 및 구조개혁 추진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일본 지지통신은 “박근혜 대통령이 구심력을 잃고 있어 대일관계에서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기 어려울 것”이라며 “소식통들은 통화스와프 협정 협상은 물론 한·중·일 정상회담 일정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국정 컨트롤타워인 청와대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경제부처가 예정된 정책들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31일 “미국 금리인상에다 국내 정치적 불안정으로 시장에 위험요소가 많다”며 “외화유동성을 미리 확보할 수 있도록 경제부처에서 중심을 잡고 일정대로 통화스와프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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