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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과학기술계 人事 잡음 왜 이리 잦나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이사회가 재선임한 박영아 현 원장에 대해 20일 불승인 결정을 통보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출연기관 이사회에서 결정한 기관장 선임을 소관 부처가 거부한 사례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앞서 이사회는 지난달 28일 투표를 거쳐 박 원장을 8대 원장으로 선임한 뒤 승인 요청을 했다. 하지만 미래부는 3주 정도 미루다 결국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문제는 청와대 개입 의혹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청와대가 낙점한 인물은 이사회 투표에서 고배를 마신 이인선 전 대구경북과학기술원장이었는데 엉뚱하게 박 원장이 선임돼 퇴짜를 놓았다는 의혹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전 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대구 수성을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친박계다. 반면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 원장은 친이명박계로 분류된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이 전 원장 탈락에 대한 보복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연구개발에 몰두해야 할 순수 과학기술계에 천박한 정치 논리가 작동한 셈이다. 미래부는 불승인 사유도 밝히지 않고 있다. 불허할 만한 명백한 이유가 있다면 모르되 존중해야 할 이사회 의결 사항을 오히려 짓밟는 것은 ‘이사회=권력의 거수기’로 알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금 과학기술계는 기관장 인사 문제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권동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이 취임 4개월 만에 비상장 주식 보유 문제로 사퇴한 데는 정부의 검증 시스템 고장 탓이 크다. 7월 정민근 한국연구재단 이사장과 지난달 김승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의 중도 사퇴도 논란거리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특혜 의혹의 핵심인 이화여대 김경숙 신산업융합대학장의 남편인 건국대 김모 교수가 과학창의재단 이사장 공모에 지원했다는 사실도 공교롭다.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를 의심케 한다. 국가 백년대계인 과학기술 분야마저 정치적 입김이 좌지우지한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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