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설

[사설] 객관적 증명 마다하고 주장만 난무하는 회고록 공방

관련자료 있다면서 공개 왜 안 하나… 해명 필요없다는 건 민주당의 오판

송민순 회고록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가관이다. 2007년 노무현정부가 북한의 의사를 물은 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기권했는지 여부가 핵심인데 당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 인사마다 말이 다르니 무엇이 진실인지 속단하긴 아직 이르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오로지 정치공학적 계산에 따라 ‘무차별 공세’와 ‘무조건 방어’로 일관하고 있다. 진흙 밭 개싸움이 따로 없다.

당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을 비롯해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 백종천 외교안보실장, 김만복 국가정보원장, 이재정 통일부 장관 등이다. 이들 가운데 송 전 장관을 제외하고 회고록 내용에 동의하는 이는 없다. 그럼에도 송 전 장관은 여전히 ‘진실’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양측이 문서나 기록 등 객관적 자료가 아닌 저마다의 희미한 기억에 의존해 나타난 ‘웃픈’ 결과다.

객관적 자료가 있다면 진실 규명은 의외로 쉽다. 이상한 건 송 전 장관 측이나 문 전 대표 측 모두 관련 자료가 있다면서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쉬운 길을 놔두고 서로 “내가 맞다”고 무의미한 공방만 되풀이하고 있으니 이보다 한심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 국가기밀이 아니라면 공개 못할 까닭이 없다. 그런데 하지 않는 걸 보면 자료가 없거나, 세상 밖으로 나와선 안 되는 내용이 들어있거나 둘 중 하나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어제 국회 정보위 국정원 국정감사에서 관련 자료 열람에 반대한 민주당의 태도는 수긍하기 어렵다. 새누리당 주장대로 2007년 11월 15∼18일 김만복 국정원장이 참석한 안보 관련 회의 자료와 백종천 안보실장이 같은 달 20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싱가포르 쪽지’를 열람했다면 실체적 진실 규명에 한 발짝 더 접근할 수 있었다고 본다. 기권을 결정한 뒤 북한에 통보했다는 사실이 명확해진 만큼 더 이상의 해명은 필요 없다는 건 민주당만의 생각일 뿐이다.

수차례 말을 바꾼 끝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문 전 대표의 대응 역시 옹색하다. 문 전 대표(측)는 “책을 보면서 새삼 생각한 것은 노무현정부가 참으로 건강한 정부였다는 사실”이라고 동문서답했다가 “찬성했던 것 같다”로, 다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로 최종 입장을 정리했다. 그리곤 “회고록 관련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기자들을 입막음했다. 이런 무책임한 자세로는 대통령 꿈을 실현하기 어렵다고 본다. 입을 다문다고 덮일 사안도 아니다. 결국 허위로 판명났지만 지난 대선 때 노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에 휘말렸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전략으로 보이지만 이 사안은 두고두고 문 전 대표의 발목을 잡을 게 뻔하다. 일찍 맞는 매가 낫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