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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트럼프 막말정치 떠올리게 한 정청래 출판기념회

정청래 전 국회의원의 출판기념회는 정치가 얼마나 천박해질 수 있는지 보여줬다. 정 전 의원은 자신의 책을 소개하며 “이 책에는 우리가 평소 아는 ‘정청래’가 들어 있지 않다. 이성적이고 차분하게 쓴 정치 매뉴얼, 정치 교양서를 지향한다”고 했다. 하지만 1500명이 참석한 출판기념회에서 연사들이 쏟아낸 발언은 우리가 아는 정청래보다 더 ‘정청래스러웠다’. 마이크를 잡은 인사는 “파란 집에서 감옥으로 옮길 분이 있다”며 정권이 바뀌면 박근혜 대통령이 감옥에 갈 거라는 투로 말했다. 다른 인사는 “(야권이) 대선에서 승리한 뒤 (국가정보원이) 작살낼 놈은 작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두 공공연하게 정치 보복을 시사하고 주문하는 발언이다. “유력 후보의 암살이 있을 수 있다”면서 야권 후보 위해(危害) 가능성을 거론하는 말도 나왔다.

정 전 의원은 자극적 언어로 유명세를 얻었고, 또 그 말 때문에 국회를 떠났다. 막말이라 불리는 언어의 효과는 명백하다. 내 편이 내 적을 향해 그런 말을 하면 통쾌하다는 것, 그뿐이다. 생각이 다른 이를 설득하는 힘 같은 건 들어 있지 않다. 그런 의도라면 애초에 하지 말아야 한다. 그냥 내 편을 통쾌하게 해주고 그 집단에서 내 인기가 높아지는 효과를 누리기 위해 하는 것이다. 그런 말을 쏟아낸 이들 틈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있다는 사실은 당황스럽다. “정 전 의원은 단식을 24일간 했는데 누구(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일주일 하고 죽네 사네 했다”는 말의 가벼움을 추 대표가 과연 몰랐을지 궁금하다. 우리는 생각하는 만큼 말하는가, 말하는 만큼 생각하는가. 이 수수께끼 같은 해묵은 질문의 답은 후자이다. 말은 그 사람이 생각하는 수준을 규정한다.

출판기념회에서 나온 말은 모두 대선과 집권을 거론하고 있었다. 자극적인 언어로 내 편을 결집해 정권을 잡겠다는 전략은 온갖 추문의 중심에 서 있는 미국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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