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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커지는 무용론, 그래도 국감은 필요하다

F학점 국정감사… 정부·피감기관의 면피성 태도도 문제 ‘상시청문회 등 제도 개선 모색할 때’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막바지 수순에 접어들었다. 원래 지난 15일 끝날 예정이었으나 새누리당의 보이콧으로 허송하는 바람에 오는 19일까지 연장됐다. 운영위원회 소관 국감은 일반 상임위 국감이 끝난 이후 실시하는 전례에 따라 청와대 비서실 감사는 오는 21일 이뤄진다. 이번 국감은 16년 만의 여소야대 국회에서 실시된다는 점에서 국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것으로 기대됐으나 결과는 최악이었다.

집권당 대표가 단식투쟁하고, 여당이 보이콧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질 때부터 싹이 노랬다. 하등 상관없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중립성을 문제 삼아 국감을 마비시킨 것은 국정을 책임진 여당의 할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국감 참여 과정에서 보인 새누리당의 오락가락 행보는 국민의 정치 불신만 가중시키는 역풍을 불러왔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국감이 제대로 진행될 리 없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국감이었지만 막말과 고성, 정회로 점철된 파행의 늪에서 허우적대기 일쑤였다. 정쟁으로 얼룩진 과거 관행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 오히려 후퇴했다고 하는 게 적확한 표현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의혹만 양산했을 뿐 결정적 한방을 날리지 못했고, 새누리당은 쏟아지는 비판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권을 비호하는데 급급했다.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이 F학점을 준 게 이해된다. 모니터를 진행한 지난 18년간 F학점 국감은 처음이다. 그 어느 때보다 국감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는 이유다.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의 정부와 피감기관의 면피성 수감 자세도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고질이다. 정부에 불리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심지어 위변조된 자료를 내는 경우까지 있었다. 미르재단 기금 조성 과정의 강제성을 지적한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발언을 삭제하고 회의록을 제출한 한국문예예술위원회 사례가 대표적이다. 문예위의 행위는 국회는 물론 국민을 기만한 범죄와 다름없는 것으로 그냥 넘어가선 안 되는 중대 사안이다. 매번 태산명동서일필로 넘어가니 피감기관의 고압적 태도가 고쳐지질 않고, 국감이 수박 겉핥기에 그치는 거다.

그래도 국감은 필요하고, 또 실시돼야 한다. 국감의 순기능을 간과해선 안 된다. 국감기간 동안 정부의 실정(失政)을 드러내는 숱한 자료들이 공개됐다. 평상시엔 접하기 힘든 정부의 치부들이다. 국감은 없앨 게 아니라 제도를 보완, 발전시켜야 마땅하다. 무엇보다 국감에서 제기된 문제에 대해 사후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생산적인 국감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30일 이내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하는 형식에서 벗어나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국정을 감시할 수 있는 상시청문회 도입을 재검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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