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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영란법, 낙하산 인사 근절 계기로 삼아야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이 권력을 이용한 ‘낙하산 인사’도 “부정청탁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정감사에서 “김영란법 처벌 대상이 되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또 “관련 신고가 접수되면 김영란법이 내실 있게 적용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당연한 일이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5조는 14가지 부정청탁 유형을 명시했다. 세 번째 항목이 ‘채용 승진 전보 같은 공직자 등의 인사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행위’다. 인사 청탁을 금지하고 위반하면 처벌토록 했다. 낙하산 인사에는 필연적으로 청탁이 오간다. 정부 입김이 통하는 기관이나 기업에 자리를 차지하려는 사람이 권력층에게 청탁을 하고, 권력층은 그를 앉히도록 해당 기관·기업에 또 청탁을 한다. 대학병원에 가족의 입원실을 부탁하는 것도 부정청탁으로 처벌케 한 법인데 낙하산 청탁이 예외일 수 없다. 김영란법을 통해 낙하산 인사를 처벌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문제는 권력 상층부에서 오가는 일이기에 증거 확보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기록을 남겨가며 인사 청탁을 할 리 없고, 압력에 가까운 권력의 요구를 해당 기관이 공개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이 법을 적용해 낙하산 병폐를 근절하려면 내부고발자의 용기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청탁의 입김은 인사 절차를 진행하는 실무진 등 조직 내부에서 어떤 형태로든 감지된다. 이를 드러내는 정당한 고발이 이뤄져야 부당한 악습을 끊을 수 있다. 내부고발자의 60%가 파면이나 해임을 당했다는 통계는 암울하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을 한층 강화해 내부고발 여건을 조성해야 김영란법도 제대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이 금융 공공기관 27곳의 인사 실태를 조사했더니 임원 255명 중 97명이 낙하산이었다. 연말까지 70여개 기관장 자리가 빈다. 사외이사와 감사를 더하면 수백명이 새로 임명된다. 이번 인사 시즌은 김영란법이 낙하산 병폐를 제어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공무원들이 김영란법을 의식해 구내식당에 가듯이 권력 중심에 있는 이들도 이 법을 무서워하기 바란다. 그래도 더 은밀한 루트를 찾아 청탁이 오갈지 모른다. 이를 잡아내는 사회적 감시의 촉수를 곧추세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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