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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장 신뢰 저버린 한미약품에 응분의 책임 물어야

한미약품이 대형 호재와 악재를 공시하는 과정에서 시장 신뢰를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먼저 발표된 호재를 보고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뒤늦게 공시된 악재 때문에 큰 손실을 입었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오후 4시33분 미국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항암제 기술 수출 계획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장 마감 이후에 공시한 것은 정상적 행위였다. 지난해 한미약품 매출액이 1조3180억원임을 감안할 때 주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초대형 호재였다.

문제는 한미약품이 악재를 공시한 시점이다. 한미약품은 이날 오후 7시6분 독일 제약사로부터 8500억원 상당의 항암제 기술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호재를 상쇄시킬 만한 악재였다. 당연히 개장 전에 공시해야 했다. 하지만 한미약품은 30일 오전 9시29분 악재를 공시했다. 이 회사 주가는 5.48% 상승했다가 악재성 공시가 나오자 추락했다. 최대 19.03% 빠졌다가 18.06% 급락한 상태로 장을 마쳤다.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2037억원과 74억을 매도한 반면 개인은 2101억원을 매수했다. 불쌍한 개미의 피해가 컸다. 한미약품은 “공시 지연이 절차상 벌어진 일일 뿐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런 해명을 누가 믿을지 의문이다. 상장사는 한국거래소의 승인을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공시할 수 있다. 한미약품은 거래소와 협의하지 않고 지난달 29일 호재를 공시했다. 심지어 거래소 직원이 30일 “투자자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이니 거래 시작 전에 공시하라”고 했는데도 한미약품은 악재를 늦게 공시했다. 상장사의 신속하고 성실한 공시는 주식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상장사가 호재나 악재를 멋대로 공시하면 안 된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한미약품이 공정 공시를 위반했는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내부자 거래를 했는지 등을 철저히 조사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시장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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