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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덕성도 수사력도 낙제 수준인 검찰

검사장 이어 부장검사도 구속돼… 신동빈 회장 등 잇따라 영장 기각, 완벽한 수사 위해 조직 혁신 필요

검찰이 부도덕성과 부실 수사로 심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검찰은 올해 여지없이 체면을 구겼다. 검사장과 부장검사가 쇠고랑을 찬 탓이다. 넥슨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진경준 검사장은 지난달 해임됐다. 비리 혐의로 검사장이 해임된 것은 검찰 68년 역사상 처음이다. 이런 불명예도 없다. 검사라면 차마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파장이 컸다. 이번에는 부장검사가 진 전 검사장의 ‘비리 바통’을 이어받았다. 대검 감찰본부는 28일 고교 동창 사업가 김모씨로부터 5000만원의 뇌물을 받고 증거 인멸까지 지시한 혐의로 김형준 부장검사를 구속 수감했다. 두 사건을 보면 검찰이 청렴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검사장과 부장검사의 부도덕한 행태에 국민은 기가 막힐 뿐이다.

도덕성에서 낙제점을 받은 검찰의 수사력도 오십보백보 수준이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9일 검찰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조 부장판사는 “수사 진행 내용과 경과,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 등을 고려할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불구속 기소와 영장 재청구 가운데 후자를 선택할 모양이다. 검찰은 “범죄사실이 충분히 입증되고 밝혀진 횡령·배임액이 1700억여원, 총수 일가가 가로챈 이익이 1280억여원에 달할 정도로 사안이 중대함에도 피의자의 변명에만 기초해 영장을 기각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이 불만을 토로할 계제는 아니다. 검찰은 그동안 거론했던 ‘비자금 조성’에 대해서는 신 회장의 영장 혐의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수사 초기에는 횡령과 배임을 포함해 3000억원가량의 비리 혐의가 드러났다고 했는데도 정작 신 회장의 영장에는 훨씬 적은 액수를 명시했다. 애당초 논란을 자초한 것이 검찰이라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법리상 다툴 수 없을 만큼 정교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 신 회장 혐의의 상당 부분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경영권 행사 시절에 벌어진 것이라는 변호인의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검찰 수사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검찰이 억대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청구한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했다. 방위사업 비리 사범에 대해서는 무죄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던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도덕성과 수사력에서 치명타를 입은 검찰은 여러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장외 공방을 벌이지 말고 완벽한 수사를 하도록 조직을 혁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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