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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나절도 못간 李대표의 국감 참여 선언

국감참여 놓고 하루 종일 갈팡질팡… 새누리당에 리더십이 있는지 의문

국정감사 참여 여부를 놓고 어제 하루 갈팡질팡한 새누리당의 행태는 도저히 집권여당의 모습이라고 할 수 없다. 지난 총선 공천 때의 난맥상이 그대로 재연됐다. 오전에 열린 최고중진연석간담회에선 “정세균 국회의장이 사퇴할 때까지 단일대오로 압박한다”는 강경 방침을 재확인했다가 이어 열린 ‘정세균 국회의장 퇴진 촉구 결의대회’에선 “29일부터 국감에 임하겠다”는 이정현 대표의 선언이 있었다.

이게 끝이었으면 좋았다. 그러나 이 대표의 깜짝 선언은 불과 두 시간 만에 의원총회에서 뒤집혔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당대표를 단식하게 내버려두고 국감에 복귀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도부와 충분한 상의 없이 당의 중대사를 독단으로 결정한 이 대표나 고뇌에 찬 대표의 결정을 의총에서 일축해버리는 새누리당에 과연 리더십이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이 대표의 국감 참여 선언은 당연했다. 당내에서도 국감과 정 의장 사퇴투쟁을 병행하자는 투트랙론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는 마당이다. “정기국회와 국감 등 국회 일정을 지키는 것은 국회의원의 특권이 아닌 의무”(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 “의회주의를 지키자고 국감을 거부하는 것은 회사를 살리자며 파업하는 것과 같은 모순”(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라는 두 의원의 지적이 대다수 국민의 생각이다. 이 대표의 방향 선회도 강경 일변도 투쟁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할뿐더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강경 투쟁만 고집하는 일부 친박이 문제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의 국감 참여 선언은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됐다. 이 대표 바람과는 반대로 정 원내대표를 필두로 새누리당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이 대표 단식에 동참하는 역효과를 불렀다. 혹 떼려다 외려 혹 하나 더 붙인 꼴이다. 국회의장 사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물러나고 싶어도 사표 한 장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국회법에 따라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현 여소야대 의석 분포상 정 의장 사퇴가 실현될 가능성은 영(0)에 가깝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이 정 의장 퇴진을 요구하는 진짜 이유는 사퇴에 있는 게 아니라 군기를 잡으려는 데 있다. 이 일은 국감을 하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친박 좌장인 서청원 의원은 이날 “국감에 복귀해야 한다”면서도 “오늘은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했다. 어차피 국감에 참여할 거라면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국회 파행이 장기화될수록 부담이 가중되는 쪽은 정부·여당이다. 더 이상의 직무유기는 용납이 안 된다. 새누리당의 몽니는 이쯤에서 끝내야 한다. 이 대표의 단식투쟁 또한 정 의장을 형사고발키로 한 이상 명분도 실익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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