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설

[사설] 김영란법 시행, 國格 높이는 계기로

부패·청탁문화 감내하지 못할 수준… 정부·국민, 연착륙하도록 협력해야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방지법)’이 우여곡절 끝에 28일부터 시행된다. 정부가 ‘벤츠 여검사’ 사건을 계기로 2011년 6월 이 법을 제정키로 한 후 5년3개월 만이다. 공무원과 언론인, 사립학교 임직원을 포함한 공직자 등은 이날부터 한 번에 100만원(연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할 경우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 여부와 상관없이 처벌받게 된다. 또 이들이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부정 청탁을 할 경우도 과태료와 벌금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이 법안을 둘러싸고 치열한 찬반 논쟁이 있었고 법적 허점도 제기됐다. 하지만 문제점으로 지적된 몇 가지가 결코 이 법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가릴 수는 없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 순위에서 지난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7위로 최하위권이다. 경제 규모에 견줘 한국은 부정부패가 심한 나라라는 낙인이 찍혀 있다. 여러 문제점이 제기됐음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법에 대한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높게 나오는 것은 국민들이 체감하는 부정부패가 더 이상 감내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방증이다. 한국이 ‘중진국 함정’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청탁과 금품 수수 등을 통해 사회적 결정이 왜곡되는 구조가 우선적으로 혁파돼야 한다. 일부에서는 접대·청탁문화에 깔린 연고주의와 온정주의가 정(情)에 바탕을 둔 한국 문화나 아시아 문화 특질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는 후진적 관행에 대한 변명에 불과하다. 그동안 부패한 관행을 통해 이득을 얻어온 기득권 세력의 자기방어 논리로도 읽힌다. 접대·청탁문화의 만연은 공정한 의사결정을 왜곡시켜 신뢰를 훼손한다. 이로 인한 갈등 등 사회적 비용이 막대하다. 정부와 국민들은 김영란법을 연착륙시켜 신뢰회복이 사회적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이루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물론 식사, 선물, 경조사비 한계를 각각 3만원, 5만원, 10만원으로 정한 가액 기준은 현실을 반영해 상향하는 게 바람직했다. 경제에 충격이 오는 것이 빤히 보이는데도 기준 상향을 뒤로 미루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제 정부는 초기 시행 과정에서 발생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직무관련성’, ‘부정 청탁 범위’ 등을 둘러싸고 혼란이 적지 않을 것이다. 권익위원회가 중심이 돼 명확한 기준과 해석을 제시해 혼란을 줄여야 한다. 법원도 관련 송사가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판례가 이른 시일 내 쌓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인식 대전환이 필수다. 법망을 피해가거나 편법을 쓰지 않겠다는 각오를 해야 하며 애매한 상황에서는 각자 계산하는 더치페이(각자 내기)를 생활화해야 한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