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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농민 백남기’ 부검영장 퇴짜 맞은 검·경

법원이 전날 숨진 농민 백남기씨 시신에 대한 부검영장을 26일 기각했다. 백씨는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대회 당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중태에 빠진 뒤 서울대병원에서 317일 동안 사경을 헤매다 숨졌다. 이에 경찰은 유족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사인 규명에 필요하다며 부검과 진료기록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검증영장을 검찰을 통해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이 진료기록 압수영장만 발부하고 시신 부검영장은 기각한 것이다. 이례적인 일이다. 통상 부검영장은 수사기관이 사인을 밝힐 방법이 없을 때 청구하고, 법원에선 대부분 발부돼 왔다는 점에서다. 이는 이번의 경우 부검영장이 불필요했음을 의미한다.

법원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 백씨가 경찰의 직사 살수를 맞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진 뒤 외상성 뇌출혈 진단 등에 의해 뇌수술을 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사실은 투명하게 나와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의학적으로 다른 사인은 있을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10개월간의 진료기록만으로도 사인 규명은 충분할 것이다. 그럼에도 검·경이 부검영장 청구를 강행한 것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인을 물대포에 의한 외상이 아닌 다른 이유로 몰아가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으면서 말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도 마찬가지였다. 인권위는 피해 동영상 자료와 현장조사, 수술 집도의 소견 등을 종합한 결과 경찰이 발사한 물대포를 머리 부위 등에 맞고 바닥에 쓰러진 것을 확인했다. 의료진도 함몰 부위를 살펴볼 때 단순 외상이 아니라 높은 곳에서 떨어진 사람에게 나타나는 임상적 소견이라고 진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폭력시위에 따른 정당한 대응이었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과잉진압이 면책되지는 않는다. 가슴 아래로 물대포를 쏴야 한다는 운용 지침도 어겼다. 폭력시위도 문제지만 국민의 생명을 앗아가는 과잉진압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

최초 원인이 무엇이든 공권력을 남용하다 고귀한 생명을 죽음으로 이르게 한 데 대해서는 정부가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유족에게 머리 숙이고 사과부터 하는 게 순서다. 아울러 검찰은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관련자들의 잘못을 물어야 한다. 비극이 반복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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