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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그래도 국정 최종 책임은 대통령과 집권당에 있다

“진영 논리 드러낸 해임건의안, 요건 안 맞고 처리 과정에 문제 있어… 여당의 국감 거부도 어불성설”

입력 : 2016-09-25 18:31/수정 : 2016-09-25 20:52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24일 새벽 해임건의안 가결 처리를 계기로 국회의 고질이 또다시 드러났다. 공수(攻守)만 바뀌었을 뿐 상생과 협치가 아닌 비타협과 힘의 논리가 여전히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해임건의안 통과는 2003년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이후 13년 만이다. 그 사이 사회 곳곳이 발전했지만 한국정치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거대 야당의 국정 흔들기’ 대(對) ‘부적격 장관 해임은 정당’이라는 대결 구도는 고장난 라디오처럼 되풀이됐다.

충돌은 심각한 후유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명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장관에게 직무능력과 무관하게 해임을 건의했다는 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이 모두 해소됐다는 점, 새누리당이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요청했다는 점을 들어 수용하지 않겠다고 25일 공식 밝혔다. 새누리당은 해임건의안을 상정한 정세균 국회의장을 직권남용으로 형사고발하고 국정감사를 보이콧하겠다고까지 했다. 반면 야당은 대통령의 해임건의안 수용을 압박하고 나섰다.

‘김재수 해임건의안’이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더민주가 주장하는 해임 사유에는 김 장관이 어떤 업무를 잘못해 그만둬야 하는지가 없다. 의혹이 상당 부분 해소됐고 이제 막 일을 시작했으니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이 야당 내에서도 나온 이유다. 결국 해임건의안은 야대(野大)의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오기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더민주 출신인 정 의장의 국회 운영도 부적절했다. 국회법에는 저촉되지 않았을지 몰라도 정치적 쟁점인 해임건의안을 국회의장이 여야의 의사일정 합의도 없는데 처리한 것은 매끄럽지 못했다. 이처럼 해임건의안이 요건과 절차에 문제가 있음에도 정국이 요동치는 이 시점에서도 변하지 않는 ‘원칙’이 하나 있다. 국정 운영의 최종 책임은 다름 아닌 대통령과 여당에 있다는 점이다. 야당이 해임건의안을 무효화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데도 대치 국면을 장기화한다면 집권 측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지금은 대통령 스스로 비상시국이라고 부를 정도로 어려운 때 아닌가. 장관 한 명을 지키기 위해 국정이 단 한순간도 표류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대통령이 해임건의안 수용불가를 천명해 놓고 야3당으로부터 정기국회에서 협조를 얻어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앞서 역대 국회에서 5명의 장관은 해임건의안이 통과되자 모두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수용해 장관을 해임시키거나 장관이 스스로 그만두는 형식이었다. 당시의 대통령과 여당도 야당에 불만이 컸겠지만 그래도 받아들였다. 국정에 대한 책임은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중차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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