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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홍준표도 1심 유죄… 윗물부터 맑아야 청렴사회 된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징역 1년6개월과 추징금 1억원이 선고됐다. 현직 도지사임을 감안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지만 집행을 유예해주지도 않았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도지사직을 잃고 수감돼야 한다. 돈 줬다는 사람이 사망하고 없는 상황에도 법원은 그가 돈을 받았다는 증거를 대부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민주주의와 법치,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말했다. 권력의 탐욕에 맞서 ‘모래시계 검사’로 명성을 얻었던 홍 지사는 정치판에 뛰어든 지 20년 만에 검은돈에 발목을 잡혔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도 성 전 회장에게 3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성완종 리스트에 적힌 정치인 8명 중 검찰이 기소한 2명에게 모두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불법 자금 내역인 이 리스트에 상당한 신빙성이 있음을 말해준다. 검찰은 나머지 6명에 대해 수사 단서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지만, 이것이 온전한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홍 지사는 반발하며 항소 의지를 밝혔고 이 전 총리도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향후 재판 결과를 떠나 성완종 리스트 사건은 정치판에 잠복해 있는 검은돈의 유혹과 그 앞에서 약해지는 정치인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우리는 김영란법 시행을 목전에 두고 있다. 밥값까지 통제하는 세상이 된다. ‘부탁’이라 여겼던 관행도 이제 ‘청탁’으로 인식하자는 데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 공직자 교사 언론인 등 400만명에게 이런 청렴을 요구하려면 정치권의 검은돈부터 근절돼야 할 것이다. 특히 내년에 대선이 있다. 성 전 회장이 만든 것과 같은 리스트가 다시 나돈다면 김영란법이 목표한 청렴사회는 결코 뿌리내릴 수 없다. 모래시계 검사의 유죄 판결은 스폰서 검사 사태와 맞물려 더욱 씁쓸하다. 검찰도 청렴사회를 향한 법 집행 역할을 수행하려면 내부의 곪은 구석을 깨끗이 도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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