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 내일을열며

[내일을 열며-김혜림] 3·5·10만원 시대 살아가기

관행에서 벗어난 새로운 행동강령 필요해… 보통사람 상식 통하는 언론환경 우선돼야

[내일을 열며-김혜림] 3·5·10만원 시대 살아가기 기사의 사진
‘3(식사)·5(선물)·10(경조사비)만원 시대’가 열렸습니다. ‘김영란법’ 시행령이 엊그제 국무회의에서 확정됐으니 28일부터는 부지런히 계산기를 두드려야겠습니다.

최근 기자들은 두 사람만 모여도 ‘김영란법’ 이야기입니다. 새로운 법인 데다 그 적용 대상자들이니 궁금할 수밖에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렇게 정식 명칭을 부르면 기자와 별 상관없어 보이기도 하는데 말입니다.

아시다시피 김영란법은 2011년 ‘벤츠 여검사’에서 비롯됐습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뇌물사건이었지만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지요. 이러한 현행법의 허점을 보완한 김영란법은 공직자가 100만원 이상의 금품 및 향응을 받으면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과 관계없어도 형사처벌한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이 법이 발의됐을 때 우리나라 청렴도가 부끄러운 수준이니 외려 좀 늦었다 싶었습니다.

꼭 필요한 법일수록 우여곡절을 겪듯 김영란법도 국회에서 낮잠을 잤습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의 근본 원인이 부패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급물살을 탔습니다.

지난해 언론인까지 법 적용 대상이 됐을 때는 고개가 갸우뚱거려졌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 받으면서 정년과 연금으로 ‘빵빵’한 노후를 보장받는 이들과 기자는 엄연히 다른 직종입니다. 더구나 기자생활 꽤 오래 했지만 거액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기억이 없어 지나치다 싶었지요. 이 부분은 ‘송희영 사건’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의 한계로 드러나긴 했습니다만. 아무튼 잠재적 범법자로 취급받게 되니 언짢을 수밖에요.

지난 7월 헌법재판소가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포함한 것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이유에 잠시 위로를 받았습니다. “교육과 언론이 국가나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이 분야의 부패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포함시키는 것은 정당하다”고 했습니다. 19세기에 등장해 20세기까지만 해도 기자들의 자부심을 대변한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격언이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선언 같아서요.

최근 열린 김영란법 관련 설명회에 참석한 국민권익위원회 법무보좌관은 ‘일반인이 볼 때’를 매우 강조했습니다. 취재원과 한 끼 식사비 3만원은 일반인의 관점에서 본다면 과분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지난달 결정된 2017년 최저 시급 6470원의 4.6배가 넘으니 말입니다. 5만원 미만의 선물도 기사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될 만합니다. 경조사비 10만원은 마음을 표하기에는 넘치는 액수이겠지요.

법무보좌관은 기업의 홍보 담당자들에게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기존 활동을 면밀하게 점검할 것”을 권했습니다. 기자들에게도 유효한 조언입니다. 혹시 부담 없이 누렸던 식사자리나 술자리는 피하고, 기사 작성에 영향을 미칠 것 같은 선물은 사양하는 새로운 행동강령을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더불어 힘 있는 분들에게도 일반인이 볼 때 터무니없는 행동은 삼가줄 것을 부탁드립니다. 예컨대 청와대 홍보수석이 언론사에 전화해서 ‘정부 비판 보도를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따위 말입니다. 그리고 그런 분을 집권당 대표로 뽑는 일 같은 건 없어져야겠지요. 열심히 취재한 기자의 휴대폰을 압수한 것을 일반인들은 어떻게 볼까요? 언론을 길들이기 위해 폭로 정치를 한다는 의심 살 일 같은 것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 보통사람의 상식이겠지요.

김혜림 산업부 선임기자 ms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