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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은영 회장, 이래서 재벌이 욕을 먹는 겁니다

한진해운은 배를 갖고 장사해왔다. 뱃사람의 상식은 배가 침몰할 때 선장이 끝까지 남아 승객과 선원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다. 세월호 선장은 이 책임을 저버리고 먼저 탈출해 그토록 비난을 받았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의 행태는 세월호 선장과 다르지 않다. 7년간 경영한 한진해운이 위기에 빠지자 알짜 자산만 챙겨 빠져나왔다. 100억원 가까운 연봉과 퇴직금까지 받아갔다. 결국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하기 직전에는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해 자기 재산만 건지고 관계를 끊었다. 그러고도 한진해운 사옥은 여전히 그의 소유로 남아 있다. 이 건물에서 연간 140억원 임대료를 벌어들인다. 한진해운도 그에게 40억원대 임대료를 내왔다.

한진해운 부실은 최고경영자였던 그의 잘못에 기인한다. 해운업이 침체에 빠지기 전 고가의 용선계약을 잇따라 체결했다. 대부분 10년 이상 장기 계약이었고 이 비용이 한진해운의 발목을 잡았다. 적자로 접어든 뒤에도 대규모 투자를 계속해 부실을 키웠다. 한진해운이 자구책을 찾아 동분서주할 때 최 회장은 책임지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그가 보유한 몇몇 회사는 한진해운에서 받은 일감으로 많은 영업이익을 유지했다. 끝까지 단물만 빨아먹은 셈이다. 수많은 직원이 일자리를 잃게 됐고, 수많은 기업이 수출에 차질을 겪고 있으며, 이제 혈세가 구조조정에 투입돼야 한다. 유독 최 회장만 먼저 탈출해 침몰하는 회사를 유유히 바라보고 있다.

이래서 재벌이 욕을 먹는 것이다. 대기업이 사회공헌에 나서며 어렵게 쌓아가는 신뢰를 이런 파렴치한 행태가 한순간에 무너뜨린다. 국가와 국민이 희생하고 밀어줘서 축적할 수 있었던 부(富)를 최 회장은 온전히 개인의 것으로 여겼다. 그 재산을 누릴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국회는 국정감사에서 그의 책임을 철저히 따져야 한다. 미공개 정보로 주식을 처분한 행태는 엄중히 처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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