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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일호 부총리 컨트롤타워 역할 제대로 하라

한진그룹이 6일 하역 정상화 등 물류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조양호 회장 사재 출연 400억원 등 총 1000억원을 한진해운에 지원하기로 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 정부 고위 관계자가 나서서 물류대란의 책임이 한진그룹에 있다고 압박한 데 대한 화답 성격이 짙다. 당초 2000억원 가량을 한진그룹이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금융위원회와 채권단 일각에서는 충분하지 않다고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바다에 떠돌거나 억류된 선박의 화물을 하역하는 데 1350억원이 드는 만큼 가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분명히 사태가 이토록 악화된 데는 대주주인 한진그룹의 책임이 있다. 금융위와 채권단에서 법정관리에 대비해 비상계획을 논의하자고 했지만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막판까지 화물 선적과 운항 선박을 줄이지 않았다. 하지만 한진해운과 한진그룹에 물류대란의 모든 책임이 있다는 식의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은 온당치 않다.

채권단은 지난달 말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간다 해도 물류 비중이 2%에 불과해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상황을 완전히 오판한 것이다. 무엇보다 법정관리 후유증이 일찍부터 예견됐는데도 정부가 아무런 선결조치 없이 법정관리를 선언한 것은 명백한 실책이다. 최소한 2∼3주 전부터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법원과 긴밀히 협의했어야 했다.

이러한 실책이 빚어진 데는 금융위와 해양수산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 간 협의와 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게 최대 원인이다.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을 담당하고 있는 금융위의 목소리만 컸을 뿐 해운산업 주무 부처인 해수부나 물류를 책임지는 국토교통부, 수출을 담당하는 산업부 등은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파급효과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이러한 부처 간 업무조정과 협의를 위한 컨트롤타워로 신설된 게 경제부총리 직이다. 최근 기획재정부와 유 부총리가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 정치 일정에 발이 묶였던 측면은 있다. 하지만 해운업 종사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시 후유증을 경고해 왔는데도 사전에 관계장관회의를 한 번도 열지 않았다는 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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