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설

[사설] 내시경 장비 불량 관리한 동네의원 명단 공개해야

동네 의원 10%가 위·대장 암 검진 때 사용한 내시경 장비를 허술하게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의원급 암 검진기관 3288곳의 내시경 장비 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330곳에서 미흡한 점을 적발해 주의 조치를 내렸다고 4일 밝혔다. 위·대장 내시경 검사를 한 의원 가운데 88곳은 내시경 기기를 깨끗하게 세척·소독하지 않았고, 242곳은 스코프(몸속으로 집어넣는 관)를 기준에 맞게 보관하지 않았다. 내시경 검사가 끝나면 해당 기기는 고온 멸균을 하거나 약품으로 소독하고 증류수로 헹궈야 한다. 스코프는 환기가 잘되는 곳에 보관하고 관이 바닥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예 소독·세척을 하지 않은 의원은 없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다.

사용한 내시경 장비를 의료기구 사용 지침에 따라 완벽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검진자가 B형간염·C형간염·결핵 등에 감염될 수 있다. 특히 검진 과정에서 조직 검사를 하거나 용종을 제거하면 감염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멀쩡한 사람이 위·대장 암 검진을 받고 전염병에 걸린다면 말이 되겠는가. 이번에 적발된 의원들은 운영비를 줄이기 위해 내시경 장비의 사후 관리를 등한히 했을 것이다. 배우자와 자녀가 검진 대상인데도 ‘더러운 장비’를 사용할 것인지 묻고 싶다. 의료진은 의술이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C형간염 집단 감염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의료진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일부 의료진이 자행하는 비뚤어진 직업윤리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의료단체는 의료계의 자정운동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이대로 방치하면 전체 의료진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깨지고 만다. 보건 당국은 하나 마나한 조치를 취하지 말고 강력한 제재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관리 정도가 심한 의원은 명단을 공개해 의료 고객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 의료진이 환자와 검진자를 우롱하는 것을 방치하면 안 된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