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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상 최대 임금체불 막을 방법 없는가

“경기 침체가 가장 큰 요인이나 근본 원인은 임금체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잘못된 기업문화에 있어”

즐거워야 할 추석 명절이 괴로운 사람들이 적지 않다. 열심히 일하고도 제때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근로자들이다. 고질적 문제인 임금체불은 근로자 본인은 물론 가정의 평화까지 위협하는 사회악이다. 우리나라 임금체불 규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지 이미 오래됐는데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문제가 더 심각하다.

4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임금을 받지 못해 정부에 진정(陳情)한 근로자가 21만4000여명, 임금체불액이 9400여억원에 이른다. 지난해와 비교해 임금을 못 받은 근로자는 12%, 체불액은 11% 늘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체불임금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의 1조3438억원을 넘어 사상 최고인 1조4000억원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의 세 배인 일본의 체불임금액이 우리의 10분의 1 수준인 1440억원(2014년)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임금체불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임금체불 증가는 경기 침체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지만 임금체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잘못된 한국 기업문화에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경북 구미의 한 제조업체 대표는 직원 54명에게 줘야 할 임금 7억4000만원을 개인 건물 신축과 상가 매입 등에 썼다가 지난 6월 구속됐다. 자신의 호화 주택을 꾸미는 데 나무값만 1억원 넘게 펑펑 쓰면서 마땅히 줘야 할 직원 월급을 떼어먹는 이 회사 대표 같은 파렴치한 악덕 기업주가 의외로 많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근로기준법상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임금체불 사업주가 구속되는 경우가 드문데다 벌금 또한 체불임금액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다보니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걸려도 그만’이라는 악덕 기업주의 그릇된 사고 틀을 깨부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고의로 임금을 체불하거나 상습적으로 체불하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정부 대책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임금을 떼인 근로자가 임금체불액과 동일한 금액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부가금 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근로감독관도 대폭 증원할 필요가 있다. 현재 1000여명의 인력으로 전국 180만개 사업장을 감독하라는 건 감독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

정부 못지않게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임금체불은 거의 중소기업에서 발생한다.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대기업의 갑질은 고스란히 중소기업 부담으로 전가된다. 대기업의 횡포로 경영난이 심화돼 임금을 못 주고 못 받는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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