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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에 탄저균 확산… 유목민 덮친 온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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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시베리아에서 탄저균이 확산돼 1일(현지시간) 12살 소년이 사망했다. 러시아 당국의 소개령에 따라 이 소년이 살던 야말로네네츠 자치구의 살레하르트에 있는 유목민 거주지가 치워지고 있다. 오른쪽은 탄저균에 감염돼 죽은 순록. 러시아타임스,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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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권에 접한 러시아의 유목민 마을에서 탄저균으로 순록 수천 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데 이어 사람에까지 전염돼 비상이 걸렸다. 러시아군의 최정예 생화학대응팀과 수송기가 긴급 투입돼 감염자를 후송하고 주변을 차단했지만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 탄저균이 땅속에 묻혀 있다가 따뜻한 날씨 때문에 되살아난 것으로 파악되면서 기후변화 재앙이 시작됐다는 우려가 높다.

타스통신과 러시아타임스는 1일(현지시간) 탄저균에 감염돼 입원치료를 받던 12세 소년이 결국 숨졌다고 보도했다. 소년은 모스크바에서 북쪽으로 2000㎞ 떨어진 북극권 지역 야말로네네츠 자치구의 살레하르트 마을 출신이다. 이 마을에서는 탄저병 감염이 의심돼 주민 72명이 후송됐다. 소년 외에 8명에게서 탄저균 감염이 확진됐다. 이 마을에서는 순록 2300여 마리가 탄저균에 감염돼 죽었다. 지금도 마을 인근 들판에 순록 사체가 뒹굴고 있다. 이미 소개령이 내려져 주민들이 살던 텐트촌은 텅 비었다.

탄저균은 주로 땅속에 서식하는 세균이다. 초식동물이 풀을 뜯어먹다가 탄저균 포자를 섭취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은 이들 동물을 접촉하거나 호흡 중 탄저균 포자가 체내로 들어갈 경우 감염된다. 탄저균에 감염되면 혈액 내 면역세포에 손상이 생겨 쇼크가 발생해 급성 사망에 이른다. 치사율이 80∼90%로 매우 높아 생화학 무기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균이다. 지난해 4월 주한미군이 미국에서 가져온 탄저균을 경기도 오산 기지로 반입한 일이 드러나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살레하르트 주변에서 탄저균 감염이 확인된 것은 1941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1968년 이 지역에서 탄저균이 공식 박멸됐다는 선언이 나와 이번 발병은 더욱 충격적이다.

러시아 당국은 지난달 기온이 35도까지 치솟는 등 이상고온 현상이 있은 뒤 탄저균이 되살아난 것으로 보고 있다. 살레하르트는 위도가 66도여서 여름 평균기온이 15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이상기온은 영구동토층(permafrost)까지 해동시켰고, 이 속에 묻혀 있던 과거 탄저균에 감염된 인체나 동물의 사체에서 균이 되살아나 순록에 전염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정부는 군을 동원해 순록 4만 마리에 백신주사를 맞혔지만 수십만 마리의 순록 전체에 방역작업을 펼치기는 쉽지 않다. 드미트리 코빌키 야말로네네츠 주지사는 “동토인 툰드라 지역에서 이렇게 방대한 방역작업이 이뤄진 것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핀란드의 탄저균 전문가인 플로이안 스태뮐러 교수는 러시아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유목민 특성상 이동지역이 워낙 넓어 일부 지역을 방역한다고 탄저균을 통제하기가 어렵다. 야말반도 전체를 방역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글=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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