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79> 기독교영화

할리우드에 기독교영화 물결이 일고 있다. 테이프는 지난해 개봉된 ‘워 룸(War Room)’이 끊었다. 겉보기에는 완벽한 흑인 가족이 실제로는 부부간 불화 등 많은 문제에 봉착해 있다가 신을 상징하는 현명한 노부인의 도움과 기도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이야기다. 제작비가 고작 300만 달러였음에도 미국에서만 678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이에 따라 이미 개봉했거나 개봉할 기독교영화들이 줄을 섰다. 우선 올 2월(이하 미국 기준) 개봉한 ‘부활(Risen)’과 3월에 개봉한 ‘어린 메시아(Young Messiah)’. 전자가 예수의 부활을 비신자(로마 군인)의 눈으로 바라본 이야기라면 후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7살 어린 예수의 행적을 가공으로 엮었다. 재미있는 것은 ‘부활’의 예수 역으로 검은 피부의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 출신인 클리프 커티스가 나온다는 사실. 과거 할리우드 영화에서 예수라면 ‘왕중왕’(1961)의 제프리 헌터나 ‘위대한 이야기’(1965)의 맥스 폰 시도처럼 금발에 푸른 눈, 백인 차지였던 것과는 딴판이다. 이 같은 ‘진보적’ 배역은 다른 기독교영화들도 마찬가지.

대표적인 예가 내년 3월 개봉 예정인 ‘오두막(The Shack)’. 샘 워딩턴이 주연한 이 영화에서는 신이 3위(位)의 존재로 나타난다. 성부, 성자, 성령. 워딩턴이 누가 신이냐고 묻자 셋이 함께 답한다. “나다.” 그런데 배역이 특이하다. 우선 하나님인 성부는 흑인 여자(옥타비아 스펜서)다. 남자의 모습으로도 나타나는데 이때 배우는 아메리카 원주민(그레이엄 그린)이다. 또 성령은 동양 여자(마쓰바라 스미레)다. 성자, 곧 예수만 ‘상식적’이어서 이스라엘 배우가 역을 맡았다.

기독교영화들이 붐을 이루고 있는 배경을 ‘신앙에 따른 소비’재단의 설립자 크리스 스톤은 이렇게 설명한다. 미국에 기독교가 사그라지는 것 같지만 실제로 많은 미국인, 적어도 70%가 크리스천이기 때문이라고. 그렇다면 1200만 기독교신자가 있다는 한국 사정은 어떤지 모르겠다.

김상온(프리랜서 영화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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