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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최현수] 이스라엘 다층방어의 교훈

진작 北 미사일 방어체계 갖췄어야… 군에 대한 불신으로 사드 논란 가열

[내일을 열며-최현수] 이스라엘 다층방어의 교훈 기사의 사진
‘철의 천장’, ‘다윗의 물맷돌’, ‘화살 2’, ‘화살 3’. 낯선 단어들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이스라엘이 개발했거나 개발 중인 요격미사일 이름이다. 요격미사일은 아군을 공격하기 위해 날아오는 미사일을 격추하는 기능을 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도 대표적인 요격미사일이다. ‘철의 천장’으로 번역되는 ‘아이언 돔’은 4∼70㎞ 거리에서 발사되는 로켓이나 155㎜ 포탄·단거리 미사일을 격추한다. 2011년 3월 처음 운용돼 그해 4월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BM-21 로켓을 성공적으로 요격했다. 2012년 이스라엘 일간지 ‘예루살렘 포스트’는 아이언 돔의 격추율이 90%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다윗의 물맷돌’은 구약성경에서 다윗이 거인 용사 골리앗을 공격했던 돌에서 따온 명칭이다. 이스라엘이 지난해 12월 시험발사를 마친 ‘다윗의 물맷돌’은 40∼300㎞ 범위 내 로켓과 미사일을 요격한다. ‘화살2’, ‘화살 3’는 이보다 공격범위가 더 긴 중·장거리 미사일 요격용이다.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아랍 적국들로 에워싸인 이스라엘은 이처럼 촘촘히 다층적인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해놓고 있다. 장황하게 먼 나라 이스라엘의 방공체계를 거론한 것은 자국 보호에 철저한 이스라엘이 부러워서다. 우리가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 이스라엘처럼 차곡차곡 미사일방어체계를 쌓아왔다면 지금처럼 불필요한 사드 논쟁으로 국력을 소모할 필요가 없었을 수도 있다.

남한 공격용 ‘스커드’, 일본 타격용 ‘노동’ 등 공격목표별로 사거리가 다른 공격 미사일을 갖춘 ‘미사일 강국’ 북한에 대해 군은 방어체계를 진작 갖췄어야 했다. 우리가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한 요격체계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1999년 걸프전 때 패트리엇 미사일이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 요격에 성공한 뒤다. 당시 패트리엇의 전과는 과장됐지만 미사일 파괴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성과가 컸다.

우리의 요격체계 구축은 처음부터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다. 요격미사일 패트리엇은 예산 압박으로 항공기요격용 PAC-2가 도입됐다. PAC-2는 올해부터 미사일 요격이 가능한 PAC-3로 성능개량이 시작된다. 제대로 했다면 추가비용 투입은 없었을 것이다. 중거리요격미사일(M-SAM)·장거리요격미사일(L-SAM) 개발 필요성도 제기됐지만 정작 개발이 시작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 배치가 불거졌다. 이것도 첫 단추를 잘못 채웠다. 북한 미사일 위협에 마땅한 요격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사드의 배치는 군사적 기여가 크다. 하지만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에 대해 국민이 이해하기도 전에 정치적인 논란으로 본말이 전도됐다.

군은 지난해 말까지도 “(사드 배치 관련) 미국과 협의는 전혀 없다”고 공언했다. 올해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군은 전격적으로 배치 협의를 발표했다. 그 뒤 진행사항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십분 이해된다. 그러나 시간 끈다고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우리 군의 무기획득은 ‘주먹구구식’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안보상황을 예측해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추진하기보다는 예기치 않게 발생한 위협에 ‘때우기 식’ 대응이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북한처럼 미사일 강국이 되지도 못했고 이스라엘처럼 철저한 방어체계도 수립하지 못했다. 사드 논란의 기저에는 이런 군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신뢰받는 군의 모습 회복이야말로 사드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이다. 그래야 어떤 결정을 내려도 믿을 수 있지 않겠는가.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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