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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꼬꼬면’은 다 어디로 갔을까

입맛 회귀 속 쉽게 바뀌는 소비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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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식품업계는 ‘냄비 열풍’에 휩쓸리고 있다. 금방 식어 사그라지고 또 다른 게 뜨는 트렌드를 말하는데, 업체들은 매출은 상승하고 소비자들의 호응도 좋아 히트상품에 목을 매는 지경이다. 일각에서는 급격히 팽창한 신규 시장이 트렌드의 변화로 해당 시장과 관련시장을 위축 시킨다는 염려의 시각도 있다.

그 중심에는 팔도 꼬꼬면을 빼놓을 수 없다. 꼬꼬면은 지난 2011년 출시 이후 ‘하얀국물라면’ 전성시대를 열었다. 당시 대단한 인기를 구가하며 3개월 만에 2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했다. 또 전체 라면 시장 매출 2위를 기록하면서 라면업계의 지형도를 바꿔놓기도 했다.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절대강자’ 신라면의 매출을 뛰어넘는 기염을 토했다. 오래갈 줄 알았던 꼬꼬면의 인기는 고작 1년을 가지 못했다. 출시 8개월이 지나기도 전인 2013년 초 점유율은 1%대로 곤두박질쳤다. 소비자들은 익숙한 ‘빨간국물라면’으로 돌아갔다. 팔도는 빨간국물 앵그리 꼬꼬면을 출시했지만 반등에는 실패했다.

업계에서는 ‘입맛 회귀’를 원인으로 꼽는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이 어렸을 때부터 먹어오던 맛에 길들여진 것이 이유”라면서 “새로운 제품을 소비하다가도 결국 원래 먹던 맛으로 돌아오게 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신라면이나 안성탕면 등 스테디셀러들이 오랜 기간 자리를 굳게 지킬 수 있는 이유라는 것이다.

해태제과 허니버터칩도 열풍의 주역 중 하나다. 지난 2014년 출시 이후 말 그대로 ‘허니’열풍이 몰아쳤다. 없어서 못팔 지경에 이른 허니버터칩은 100억원 매출을 올리기까지 채 3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순식간에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인기를 끌자 당시 동종업체들은 앞다퉈 비슷한 단 맛 감자칩 제품을 시중에 출시했다. 그야말로 허니 열풍으로 제과업계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중고거래사이트에서는 10배가 넘는 1만5000원에 거래가 성사되기도 했다. 식품업계의 허니 열풍은 과자에서 그치지 않고 화장품 등 다른 영역에서도 나타났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이 열풍에 가세해서 조금이나마 매출을 올려보려던 업계의 안간힘이기도 하다. 때문에 어디에서도 ‘허니’라는 이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해태제과는 지난해 180억원을 투자한 생산공장 증설이 지난 5월 완공되면서 허니버터칩 생산량을 2배로 늘렸다. 지난해 3분기 허니버터칩은 생산량의 101.5%를 팔았다. 4분기 들어 97.7%로 떨어졌지만 1∼4분기 평균 99%에 가까운 판매율을 보였다.

오뚜기 역시 허니 열풍과 맞먹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뜨거운 국물보다는 냉면국물이 더 잘 팔리는 여름이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기다. 진짬뽕은 출시 이후 150여일 만에 1억개 판매고를 올리며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짬뽕춘추전국시대를 종결했다. 1초에 7개가 팔린 셈이다. 신라면의 아성에는 다다르지 못했지만 익숙한 빨간국물라면이라는 점을 앞세워 지속적인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오뚜기는 진짬뽕 매출에 힘입어 2012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매출성장률이 10%를 웃돌기도 했다.

또 하나의 열풍은 바나나다. 올해 들어 출시된 바나나 관련 제품만 10여개에 이르고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오리온은 지난 3월 ‘초코파이 정(情) 바나나’를 출시했다. 출시와 함께 바나나 트렌드를 업은 초코파이 바나나는 4월 한 달간 2000만개가 팔렸다.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오리온은 출시 한 달만에 생산라인을 늘리기도 했다. 초코파이 바나나 열풍에 오리지널 초코파이도 매출이 상승곡선을 그렸다. 전년 동월대비 매출이 67%P 상승한 오리지널 초코파이는 4월 매출 150억원을 넘기며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롯데제과 역시 ‘몽쉘 초코&바나나’를 출시한 후 1500만개 판매고를 올렸다. 자매제품 인기에 힘입어 몽쉘 시리즈 전체 매출도 전년 동기대비 30%P 상승했다. 롯데제과는 몽쉘 바나나의 생산량을 150% 이상 증설했다.

문제는 너무 빠른 트렌드의 소비다. ‘열풍’의 주역이었던 제품들을 살펴보면 단맛 감자칩 시장에서는 허니버터칩만이 살아남았다. 하얀국물라면 시장은 짬뽕라면의 득세와 맞물려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업계에서는 주요 소비자인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문화를 트렌드 소비의 이유로 꼽는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에서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목돈을 쓰지는 않지만 식음료나 간식 등 기호식품 소비에 적극적인 20∼30대를 말한다.

제과업체 관계자는 “2030세대의 경우 SNS를 통한 소통이 활발하면서 간접적인 이미지 소비가 빠르게 일어난다”면서 “이러한 트렌드에 맞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선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빨리 끓고 빨리 식는 문화를 ‘냄비’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소비문화를 소비자의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제품을 출시한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선택권은 업체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빠른 트렌드의 소비는 ‘미투(me too) 제품 때문”이라면서 “이로 인해 희귀성이나 맛의 특별함을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하게 돼 결국 시장 자체가 가라앉게 되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조규봉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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