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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이기수] 한국의료 해외진출 방정식

국제성모병원, UAE 로얄병원 공동운영키로… 성실한 진료와 양질의 서비스로 현지화해야

입력 : 2016-04-20 17:45/수정 : 2016-04-20 21:38
[내일을 열며-이기수] 한국의료 해외진출 방정식 기사의 사진
과연 공동운영 방식이 한국의료의 해외진출, 나아가 외국인 환자 유치 확대의 활로가 될 수 있을까.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이 이르면 다음 달 중순, 늦어도 6월 초부터 아랍에미리트연합(UAE) 3대 도시 중 하나인 샤르자에 위치한 총 160병상 규모의 로얄병원 경영 및 진료에 동참키로 했다.

로얄병원은 UAE 샤르자왕국의 셰이크 파이살 왕자 소유의 종합병원으로 현재 리모델링 중이다. 국제성모병원은 최근 파이살 왕자 측과 이 병원을 공동운영하고, 수익의 50%를 나눠 갖는 내용의 의료협력사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우리는 해외진출 의료 방정식을 하나 더 갖게 됐다. 그동안 방식은 현지에 100% 투자법인을 세우거나 현지 파트너가 100% 제공한 시설을 위탁 관리하는 모양새였다. 그것도 아니면 의사 혼자 속칭 ‘왕진수술’을 해주고 수고비를 받는 방식이었다. 국제성모병원은 여기에 자본 투자 및 병원 공동운영 방식을 추가한 것이다.

앞서 UAE 라스알카이마와 아부다비에 진출한 서울대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은 현지 병원(검진센터)을 위탁 관리하는 형식을 취했다. 우리 돈은 한 푼 들이지 않고 일정액의 운영 수수료만 받는 조건이다. 수익이 적은 반면 실패 시 위험 부담이 없는 게 장점이다.

국제성모병원은 이와 달리 샤르자 로얄병원을 파이살 왕자 측이 선임한 인도계 원장과 공동운영하고, 수익을 50%씩 나눠 갖기로 했다. 합작투자 방식과 비슷한 형태다. 잘되면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다. 물론 경영에 실패하면 손해다. 투자금도 회수할 길이 없게 된다. 이런 식의 중동 지역 의료시장 진출은 처음이다. 지금까지 중동 지역에 진출한 우리나라 병원은 대부분 현지 병원을 위탁받아 관리해주는 방식을 취했다. 국제성모병원의 행보가 앞으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되는 이유다.

해외 의료시장 개척에는 빛과 그늘 양면이 있다. 한국의료의 위상을 높이고, 오일머니 등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일 것이란 당초 기대가 유가 하락 및 불성실한 현지 사업 파트너로 인해 ‘빛 좋은 개살구’가 되기도 하는 것이 국제의료사업이다.

삼성서울병원 두바이메디컬센터가 2013년 현지화 실패와 실적 부진으로 3년 만에 철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200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뉴욕에 의료관광 현지사무소를 개설한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LA)도 참담한 실패를 겪었다.

해외진출 병원의 외국인 환자 유치 전략이 성공을 거두려면 현지인이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있는 모(母)병원을 찾아오는 환경부터 만들어나가야 한다. 막연히 한류 효과, 즉 근거 없는 한국의료의 우월성과 낙관론에 기대다가는 될 일도 안 된다.

심장혈관질환 분야 세계 최고 병원으로 꼽히는 미 클리블랜드클리닉도 UAE 아부다비에 진출해 있다. 하지만 현지화에 실패, 심각하게 철수를 고민할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건비가 싼 인도계 의사에게 주 진료 및 운영을 맡긴 것이 실패 요인으로 지적된다. 해외 의료시장에선 단순히 브랜드 파워만으로는 승부를 보기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의료의 해외진출 역시 성실한 진료와 양질의 의료서비스로 현지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빛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제성모병원 관계자는 “내 식구같이 믿을 수 있고 성실한 현지 파트너를 확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제성모병원이 새로 시작하는 해외진출 방식이 꼭 성공을 거둬 외국인 환자 유치 확대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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