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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이기수] 가정호스피스 적극 활용을

호스피스 병상부족 문제 해결 실마리 기대… 자택요양 지원진료제 병행하면 금상첨화

[내일을 열며-이기수] 가정호스피스 적극 활용을 기사의 사진
가족 중 누군가가 심각한 병으로 말기에 이르게 됐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최선의 행동일까? 무조건 집으로, 또는 병원으로 환자를 모시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최근 호스피스 기관이나 요양병원이 오갈 데 없는 말기 환자들의 최후 안식처로 꼽히고, 부족한 호스피스 병상 해결책으로 자택임종 및 가정호스피스 확대가 부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 생각된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 말기 암 환자의 호스피스 이용률은 13.8%에 불과하다. 영국(95%) 미국(44.6%) 대만(30%) 등과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호스피스 기관과 병상이 수요에 비해 크게 부족한 것이 주 원인이다.

호스피스 기관은 형태에 따라 병동형, 독립형, 가정형으로 나뉜다. 이 중 가정형은 호스피스 봉사자가 직접 가정을 방문, 환자를 돌보는 형태다. 병동형이나 독립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도 적어 효과적이다. 말기 환자가 익숙한 집안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는 것도 큰 이점이다. 이 분야 선진국으로 통하는 미국과 싱가포르 등도 가정형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 말기 환자들은 대부분 가정에서 편안하게 맞는 임종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2014년 8월 19∼30일, 제주도를 뺀 전국의 만 20세 이상 남녀 1500명(남자 762명, 여자 738명)을 대상으로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그 결과 85.8%가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필요하다고 대답했고, 임종 장소로 절반 이상(57.2%)이 자택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스피스 완화의료 기관과 병원, 요양원 지지율은 각각 19.5%, 16.3%, 5.2%에 그쳤다.

정부가 3월부터 가정호스피스 시범사업을 시작한 것 역시 이 같은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는 연간 25만여명이 숨지며, 이들 중 18만여명이 만성질환을 앓다가 병원에서 사망한다. 문명의 발달 및 급속한 도시화와 더불어 사람들이 태어나고 죽는 과정이 모두 병원에서 이뤄지는 소위 메디컬라이제이션(medicalization·의료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행복한 죽음은 행복한 삶만큼 중요하다. 임종 환자들이 다인 병실에서 삶을 마감하는 현실은 실로 환자 본인과 가족은 물론 주위 사람까지 불편하게 만든다. 임종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을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좀 더 편안하게 보듬는 환경 조성이 필요한 이유다.

“잘 살고 잘 죽기, 이 둘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위해 필요한 순환 고리이다. 최근 들어 웰빙 열풍이 불며 잘 먹고 잘 살기에 대한 관심은 많은데 왠지 잘 죽는 데는 도통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윤영호 서울의대 교수의 말이다. 그는 “임종 과정에서 인간적 돌봄과 배려가 없는 제도는 한낱 허울과 형식에 불과할 뿐”이라고 지적한다.

이참에 가정호스피스 시범사업과 더불어 ‘자택요양 지원진료제’ 도입도 검토해보자. 말기 환자의 경우 동네 주치의와 연대, 24시간 365일 체제로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택에서 편안히 방문 진료 및 간호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다. 병원에서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진료 및 간호 서비스에 간병 지원까지 저렴한 비용으로 받게 되면 저절로 호스피스 병상부족 문제 해결은 물론 건강보험 재정 보호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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