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에 들어 본 민심-호남] “호남 대변할 인물 안 보인당께”

“야당, 여당에 끌려만 다녀 존재감 사라져 필패할 것”… 야권 분열도 더민주 책임론

민심은 냉랭했다. 정치가 민생고(民生苦)를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도 높지 않았다. ‘최악’이라고 평가받는 19대 국회의원들을 갈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그렇다고 현역을 대체할 대안도 마땅치 않다는 토로도 있었다.

총선을 60여일 앞둔 설 연휴 기간 국민일보 기자들이 들어본 밥상머리 민심은 갈수록 먹고살기 힘들어진다는, 정치권 질타 목소리가 주류였다. 야권 신당 출현 등 급변하는 정치 지형에 대한 평가는 기대보다는 ‘자기이익에 따라 이합집산(離合集散)하고 있다’는 혹평이 대부분이었다. 야당 지지자들조차 야권 분열로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다만 경기불황과 맞물려 진박(진실한 친박) 마케팅을 질타하는 여론이 영남을 넘어 수도권까지 이어지고 있어 ‘정권심판론’이 총선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도 감지됐다.

“안철수는 대권, 김한길은 당권, 천정배는 호남 맹주를 노리는 것이제. 근디 김대중(DJ) 이후에 호남 민심을 대변할 정치인이 한 명도 눈에 안 보여.”

설 명절인 지난 8일 오후 광주 충장로의 한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던 김창식(59)씨는 “이번 총선은 찍고 싶은 인물도 당도 마땅치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야권의 지지기반인 호남의 민심은 고민 중이다. 지역에 따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지지도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주도권 없는 모양새가 뚜렷해 선거 막판까지 오리무중(五里霧中) 판세도 예상됐다.

다만 정부·여당을 견제해야 할 제1야당의 분열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다. 기득권 지키기에만 혈안이 돼 뭉치고 흩어지기만 반복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가득했다. 광주에 사는 연구원 임모(38)씨는 “박근혜정권 출범 이후 숱한 여권 악재가 터져 나왔지만 야당이 한 게 뭐가 있느냐”며 “존재감 없이 여당에 끌려만 다녔던 야당으론 총선이고 대선이고 무조건 필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더민주에 야권분열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더 많았다. 목포에서 수산업에 종사하는 박정일(43)씨는 “안철수 등 비노 세력을 당 밖으로 몰아버리고 친노당을 만든 문재인 전 대표가 미워서 더민주에 지지를 보낼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고비 때마다 전략적 선택으로 정치지형을 바꿔왔던 호남 유권자에게 국민의당은 여전히 확실한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여수에서 사업을 하는 조모(58)씨는 “더민주는 그래도 전국구인 반면 국민의당은 호남당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며 “호남 사람들은 지지정당이 지역당에 머무르는 걸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총선에서 호남 터줏대감이 되기 위한 우선 조건은 참신한 인재 수혈에 달려 있다는 게 이 지역 유권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였다. 전주 효자동에 사는 여대생 이수미(21)씨는 “새누리당, 더민주당, 국민의당 후보가 난립하고 있는데 결국 누구를 공천할지를 보고 마음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세가 센 만큼 박근혜정부 국정운영에 대한 점수는 박했다. 전수 완산구에 사는 김태식(52)씨는 “버스가 정해진 목적지로 가지 못하는 건 운전자 책임인 것이지 떠드는 승객 때문이겠나”며 경기불황의 책임을 집권 여당과 정부에 돌렸다.

하지만 호남에서 무조건 야당 표만 나온다는 공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다만 새누리당 역시 호남을 공략하기 위한 인재수혈에 소홀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구모(44)씨는 “새누리당이 오래전부터 좋은 인물을 준비시켰어야 했는데 인재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한장희 전웅빈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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