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日 총리 위안부 사과+인도적 보상 ‘사사에案’ 다시 부상

박근혜 대통령이 ‘마지막 단계(final stage)’에 와 있다고 언급하면서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이 각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만약 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되면 경색된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정상 궤도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동안의 협상 과정에서도 풀리지 않았던 일본 정부의 사과 문제가 이번에도 쉽게 타결되긴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일은 지난 11일 도쿄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8차 국장급 협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양국은 오는 22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이 문제를 전향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데 의견일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은 2012년 3월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당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방한해 내놓은 해결 방안을 토대로 지금까지 협상을 이어왔다. 이른바 ‘사사에안’으로 명명된 이 방안은 일본 총리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사과하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작성해 주한 일본대사가 직접 할머니들을 찾아가 전달하고, 일본의 정부 예산으로 이들에 대한 인도적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처음 시작된 국장급 협의에서 양국은 계속 팽팽한 입장 차이를 보여 왔다. 일본 총리의 사과 문제 때문이었다. 그러나 올해 협의부터는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일부 진전을 보였다. 과거사와 관련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인식이 집권 초기였던 2013년보다 상당히 바뀌어 고노·무라야마 담화 계승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우리 측은 기존 사사에안에다 일본 총리의 사과 특별성명을 포함시켜 협상에 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의 사과편지 작성과 성명 발표에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안부 문제를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본 정부 책임이 아니라 민간업자들의 인신매매로 치부해온 아베 총리가 스스로 사과 성명을 내놓는다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이다.

위안부 문제는 전임 이명박(MB)정부에서도 해결 일보직전까지 간 적이 있다. 2011년 당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와 이명박 대통령이 ‘아시아 여성기금’ 조성을 통한 위안부 할머니 지원, 일본 총리의 사과 등을 놓고 거의 합의가 됐지만 노다 총리가 “사과할 수 없다”고 태도를 돌변하면서 협상판이 깨진 것이다. 그만큼 일본으로서는 정부 대표인 총리의 사과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셈이다. 우리 정부가 구체적인 협상 과정과 진척 여부에 대해 일절 언급을 삼가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한·일이 위안부 문제 해결 실마리를 마련했는지는 22일 양국 외교장관의 행보를 통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주일 한국대사와 주한 일본대사가 도쿄와 서울에서 각각 개최하는 수교 55주년 기념행사에 양국 외교장관이 교차 방문하는 모양새가 이뤄진다면 해결의 단서가 마련됐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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