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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최진] 친노의 앞날

“생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격한 모습 떠오르게 만드는 증오의 정치 집어치워야”

[시사풍향계-최진] 친노의 앞날 기사의 사진
요즘 여의도 국회의사당 담장에는 붉은 장미꽃들이 활짝 피어 있다. 담장 앞에서 얼마 전 친노 인사들의 삭발식이 있었고, 비노 인사들의 시위가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노라면 장미꽃과 빡빡 깎은 머리, 시위대의 대조만큼이나 민심과 여의도 정치는 한참 동떨어진 느낌이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민심과 동떨어진 제1야당의 권력투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4·29재보선에서 참패해 수세에 몰렸던 문재인 대표와 친노 진영은 김상곤 혁신위원장 영입을 계기로 반격에 나섰고, 특히 노건호씨의 추도사를 계기로 총공세에 나선 모양새다.

친노 진영의 전략은 늘 그랬듯이 일사불란하고 확고해 보인다. 1단계로 친노 대 비노의 불리한 프레임을 개혁세력 대 비개혁세력의 유리한 프레임으로 바꾸는 것이다. 친노 개혁세력의 확대를 위해 ‘희망 스크럼’ 같은 모임을 통해 안철수 박원순 안희정 김부겸 등 개혁성향 정치인들을 끌어당기려 한다. 2단계로 내년 4월 총선 때 호남 중진의원들과 동교동계를 비개혁세력으로 몰아 물갈이를 하고, 3단계로는 2017년 12월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체제로 재도전해서 승리한다는 시나리오인 것 같다.

이 시점에서 새정치연합은 뼈아프게 짚어보아야 할 법칙이 있다. 먼저 계파 몰락의 법칙이다. 우리 정치사를 보면 특정 계파가 5년간 집권한 뒤에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계파는 몰락하지만 계파 정치인들은 살아남아 각자 도생했다. 상도동계와 동교동계가 그랬고, 친이계가 그랬으며, 친박계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친노는 예외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했지만 친노계는 살아남았다. 왜? 노 전 대통령의 비운의 죽음이 폐족(廢族) 직전의 친노계를 기사회생시킨 것이다.

덕분에 친노계는 특유의 결속력을 발휘해 201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정부의 2인자인 문재인을 대선 후보로 내세웠고, 2015년에는 당 대표를 만들었다. 그러나 과도한 결속력은 과도한 폐쇄성으로 변질되기 쉽다. 계파 몰락의 법칙에 의하면 강력한 결속력을 가진 계파가 스스로 몰락해야 그 계파에 속한 정치인은 오히려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는 역설의 정치가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계파 몰락의 법칙이 아니라 계파 사즉생(死卽生)의 법칙이다.

또 하나, ‘부활의 정치심리학’이다. 사람들은 정치지도자가 비참하게 세상을 떠나면 그에 대한 악몽보다 향수를 떠올리게 된다. 박정희 향수, 노무현 향수가 그렇다. 그러나 고인의 가족이나 대리인이 막상 정치를 재개하면 향수보다 악몽을 떠올리게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아들 노건호씨의 격한 추도사-조롱, 비아냥, 분노-를 보면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부지불식간에 생전 노 전 대통령의 격한 모습을 떠올리지는 않았을까.

만약 노건호씨가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면 비판자들은 하늘나라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들먹이지 않겠는가. 노건호씨를 비롯해 문성근 명계남 등 친노 핵심 인사들이 일제히 정치 전면에 나설 경우 노무현 부활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문재인 대표가 “이제 그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놓아드리자”고 한 말과 배치된다.

앞에서 장미 얘기를 하다보니 뜬금없이 옛날 15세기 영국의 장미전쟁이 생각난다. 장미 문양을 내건 두 계파 집단이 왕위를 둘러싸고 무려 30년간이나 치열하게 싸웠는데, 이 과정에서 국민은 도탄에 빠지고, 절대 왕정이 도래하게 된다. 만약 친노, 비노가 30년이 아니라 3년만 싸워도 정치는 결딴나고, 민심은 저만치 멀어질 것이다. 붉은 장미! 지금 우리 국민은 국회 담장의 장미꽃을 한가롭게 감상할 수 있는 그런 상식의 정치를 원한다.

최진 대통령리더십硏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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