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 시사풍향계

[시사풍향계-최수일] 수학교육 종합계획이 아쉬운 이유

“장기적인 발전 비전 빠지고, 수능과 수리논술 부분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어”

[시사풍향계-최수일] 수학교육 종합계획이 아쉬운 이유 기사의 사진
2012년 ‘제1차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에 이어 올해 ‘제2차 수학교육 종합계획’이 발표됐다. 교육부는 지난 3년간 시행된 선진화 방안의 시행에도 입시 위주의 학업 부담으로 학생들의 수학 과목 흥미도 및 자신감이 저조해 이를 중점적으로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종합계획에서는 수요자 참여 중심의 수학교육을 실현하고 범국가적 지원 체제를 구축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비전으로 하여 ‘배움을 즐기는 수학교육’이 달성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도입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수학교육의 여러 문제를 개선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적극 공감하지만, 이번 종합계획은 학교 현장과 국민들의 진정한 고통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님을 밝힌다.

현재 학생들이 받고 있는 수학으로 인한 고통의 원인은 거의 수능 시험 문제와 대학별 고사인 수리논술 고사에서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가 이번에 발표한 계획에는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수능과 수리논술 점수가 대입시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한 학교 내 평가는 관심사가 될 수 없고 대부분 요식 행위로 끝나게 된다. 더욱이 이번에 제시한 과정 중심 평가나 수행 평가, 관찰 평가 등은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하면 곤란해지기 때문에 학교가 적극적으로 나설 까닭이 없다.

교육부는 수학교육의 여러 문제를 바로 세우고, 시급한 각종 수학교육 정책을 책임 있게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기 위해서는 이번 계획에서 밝힌 ‘수학교육진흥법’이 아닌 ‘수학교육정상화법’(가칭) 제정 등의 제도적 뒷받침을 올해 안에 완성하겠다고 천명해야 한다. 이 법 안에는 교사들의 평가권을 학부모가 침해할 수 없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하고, 교사들은 거기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수능 시험 문제나 수리논술 문제가 공교육 정상화를 어기지 않도록 세심한 규정을 넣어서 단속을 해야 한다.

교사의 평가권을 강화하고 보장하려면 수능이나 수리논술 등 학교 밖 평가의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 수능의 자격고사화나 수능 절대평가화가 그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과정 평가나 수행 평가가 강화되어 학교의 정규 고사가 논술·서술형 위주로 가게 되면 대학의 수리논술 시험은 이중 평가가 되니 폐지하는 게 당연하다.

아울러 아쉬운 점은 날로 시작 시기가 빨라지는 영재교육이나 범람하는 수학 경시대회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 영재교육원은 교육대상이 점점 내려가 초등학교 2∼3학년부터 시작되며, 이들을 선발하기 위해 초등학교 1∼2학년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어려운 수학 시험 문제를 풀게 하는데 이는 가혹한 일이다.

최근 각종 교외상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못하게 한 정책을 시행한 결과 교내대회가 범람하고 있다. 그래서 교육부는 이번 학기부터 선행학습을 막기 위해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내 교과목 경시대회를 폐지하며, 학교생활기록부에 선행학습 요소가 들어간 교내 상(賞)의 기재를 금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중 가장 큰 문제는 수학 경시대회다. 수학 경시대회 문제는 너무 어려워 별도로 훈련 받지 않고는 입상할 수 없다. 교사의 문제 출제 능력이 사교육의 전문가를 능가하기 어렵고, 사교육의 전문적인 훈련과 암기의 범위를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경시대회는 그 본질적인 취지를 벗어나 암기 능력과 부모의 경제력을 평가하는 대회로 변질된 지 오래다.

수학교육에 대한 종합계획은 우리나라 수학교육 전반에 나타난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을 통해서 장기적인 발전 계획이 담겨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많은 계획이다.

최수일 수학사교육포럼 대표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