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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배금자] 혼인, 계약관계로 전락하다

“간통죄 위헌 결정으로 결혼과 가족생활에 대한 국가적 보호장치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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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과 가족생활에 대하여 국가가 보호한다는 헌법상 원칙(헌법 제36조)은 헌법재판소의 간통죄(형법 241조)에 대한 위헌 결정과 대법원의 판례 추이로 무너져내리고 있다. 이번 헌재의 위헌 결정에 앞서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이미 일부일처제 법률혼 관계를 근본적으로 위태롭게 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법률혼 관계에 있는 부부의 일방과 성적 관계를 맺은 제삼자에 대해 실질적으로 부부 공동생활이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이른 후라면 부부 상호간에 성적 성실의무는 소멸되어 불법행위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미 깨진 가정이라면 이혼을 하기 전이라도 다른 이성과 자유롭게 성적인 교제를 할 자유를 준 셈이다.

이번에 헌재는 “비록 비도덕적인 행위라 할지라도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고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그다지 크지 않거나 구체적 법익에 대한 명백한 침해가 없는 경우에는 국가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간통죄 조항이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2008년 내린 헌법재판소 결정에서는 “간통이 사회 질서를 해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간통죄 조항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불과 7년 만에 헌재는 간통죄가 타인의 권리와 사회 질서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고 입장을 바꿔버린 것이다.

간통죄 위헌 결정이 나온 다음 수순으로 대법원은 혼인관계 파탄에 책임이 있는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종전 판례를 변경할지 여부에 관하여 전원합의체에 회부, 숙고에 들어갔다고 한다. 판례 변경이 일어날 경우 바람을 피워서 가정을 파탄낸 사람이 이혼 청구까지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어 아무런 잘못이 없는 배우자가 이혼을 당하게 되고 혼인과 가족생활에 대한 국가적 보호 장치는 사라지게 된다. 혼인관계는 철저히 개인 간의 사적 계약 정도로 취급되고 가정을 깬 사람에 대한 법적 책임도 미약한 현실에서는 혼인은 일반 상거래상의 보호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게 되는 세상이 되었다.

가장 보수적이라 여겼던 대법원과 헌재가 앞다퉈 가정과 혼인관계의 보호 장치를 제거하고, 개인의 성적 자유만을 최고로 보호하는 자유 지상주의로 치닫고 있다. 헌법 제37조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 안전보장, 질서 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하였다. 질서 유지에는 타인의 권리 유지, 도덕질서 유지를 포함하고, 공공복리는 사회의 공공질서 유지나 국민 일반의 생활 안정, 국가재정 절약의 원칙이 포함된다는 것은 헌법책을 들여다보면 다 나와 있다. 그럼에도 헌법을 해석하는 최고기관들이 배우자와 자녀의 권리와 인권, 도덕질서 유지, 사회 공공질서나 가정의 행복과 생활 안정 등과 같은 소중한 공동체 가치보다 개인의 성적 방종과 자유 탐닉, 가정파괴범들의 인권을 사생활 보호와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이름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할 현실이다.

스코틀랜드의 정치개혁가이자 작가인 새뮤얼 스마일스는 ‘자조론(自助論)’에서 “국가 발전은 국민 개개인의 근면, 에너지, 고결함의 총합이다. 그러나 국가 쇠퇴는 국민 개개인의 게으름, 이기심, 악덕의 산물”이라고 했다. 국가 발전의 에너지가 되는 국민들의 고결함을 북돋우기보다 국가를 무너뜨리는 국민들의 이기심과 악덕을 헌법기관들이 앞장서서 조장하는 작금의 세태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배금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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