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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정재준] 원자력발전소 안전은 신뢰의 문제

“위험 과장하는 비전문가들 의견 배제하고 전문가 견해에 귀 기울여야”

[시사풍향계-정재준] 원자력발전소 안전은 신뢰의 문제 기사의 사진
연일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나라의 ‘안전’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최근 몇 주만 해도 의정부 아파트 화재,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 질소누출, 신고리 원전 건설현장 질소누출, 울산 화학물운반선 폭발사고 등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경제 살리기라는 명목으로 안전과 관련된 규제마저 완화되고 있다. 이 안전과 저 안전이 다른 것인가 혼란스럽다.

국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안전’ 중 하나가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이다. 특히 노후 원전의 안전은 뜨거운 감자다. 이른바 설계수명이 끝난 월성원전 1호기의 계속 운전 여부가 다음달 결정될 듯한데 상반된 시각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전문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계속 운전이 가능하다고 하고 환경단체와 지역주민은 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이제 공은 원자력안전위원회로 넘어갔다.

도대체 누구 말을 믿고 어떻게 의사 결정을 할 것인가. ‘노후 원전이 문제’라고 말들 하는데, 정작 최악의 3대 원전사고는 원전이 노후해서 발생한 것은 아니다. 미국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전사고는 운전 개시 후 100일이 채 되지 않아 발생했고,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3년 경과했을 때 일어났다. 후쿠시마 제1발전소 원전 4기는 사고 당시 33∼40년이 돼 상대적으로 낡은 것은 사실이나 사고 원인은 쓰나미 방벽이 낮아 원전이 해수에 침수됐기 때문이었다. 노후 여부와는 무관했다.

독일은 후쿠시마 사고 직후 노후 원전 8기를 폐쇄했고 나머지 9기도 2022년까지 모두 가동 중지할 계획이다. 미국은 원전 99기 중 73기에 대해 계속 운전을 승인했고 19기는 현재 계속 운전 중이다. 원전 참사를 겪은 일본조차 원전 재가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원전을 가동하는 31개국 중 독일 등 4∼5개국을 제외하면 대다수 국가는 원전안전을 극복 가능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필자는 우선 전문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 전문가가 자신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안전을 걸고 거짓말을 하거나 도박을 할 리가 없다. 원전의 중대 사고는 발생확률이 아주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사고의 광역성과 지속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전문가들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판단은 조심스럽고 보수적이다.

오히려 비전문가가 전문가 행세를 하면서 안전문제를 지나치게 과장함으로써 본질을 흐릴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보자. 이들 중 일부는 수백만 개 부품이 모두 일사불란하게 맞물려 돌아가야 원전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사실 어이가 없는 주장이다. 원전의 안전계통은 다중성, 다변성 및 독립성 원칙 하에 설계된다. 주요 부품이 오작동하거나 잘못된 신호를 보내면 자동 정지되도록 설계돼 있다. 일사불란하지 않다고 해서 바로 사고로 이어지는 게 아니다.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지만 대한민국 군인들 중 일부가 휴가 가고 병원에 입원해도 국방이 유지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가 경쟁력의 원천은 신뢰다. 지금 우리 원전은 신뢰상실의 늪에 빠져 있다. 과거 정부의 일방통행식 원전정책과 원전산업계 비리 등으로 자초한 불신 때문이다. 그렇지만 진짜 전문가보다 ‘짝퉁’ 전문가의 의견이 더 크게 들려오는 현실은 안타깝다. 심지어 기술적으로 판단해야 할 원전안전을 정쟁화하는 경향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전문가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원전은 안전하게 운영돼 왔다. 그러나 원전안전은 진행형이다. 과거는 큰 의미가 없다. 불확실한 미래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늘 깨어 있으면서 지속적으로 안전성을 강화해야 한다. 원전은 안전에 문제가 있거나 경제성이 떨어지면 당연히 폐쇄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이 과정에서 일반인의 신뢰를 받는 전문가의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재준(부산대 교수·기계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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